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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D-1년] ‘1년 더 불꽃’ 구본길·김정환 “도쿄 올림픽, 제때 열렸으면요?”


입력 2020.07.22 11:38 수정 2020.07.23 07:35        미사리 =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도쿄올림픽 금메달 자신하는 펜싱 베테랑 김정환과 구본길

1년 연기된 올림픽, 내년 참가에는 부담과 기대감 공존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펜싱선수 구본길(오른쪽), 김정환이 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 내 펜싱 체육관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펜싱선수 구본길(오른쪽), 김정환이 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 내 펜싱 체육관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20년 7월 24일은 제32회 도쿄올림픽이 원래 열리기로 한 날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여파로 인해 역사상 처음 ‘올림픽 개최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4년 동안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예정대로 참가하기만 했다면 금메달이 유력했던 종목의 선수들 같은 경우는 더욱 진한 아쉬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수년 째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남자사브르 대표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열린 룩셈부르크월드컵 남자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이자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팀의 김두홍 감독은 “단체전의 경우 결승 진출 확률은 80%, 하지만 무난하게 1등을 차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단체전은 월등히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개인전에서도 기량이 향상하고 있어 기대가 컸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세계 정상으로 도약한 데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정환과 구본길(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테랑 김정환은 펜싱 사브르 유일의 올림픽 개인전 메달리스트, 구본길은 생애 처음으로 나선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이미 경험한 두 선수는 대회가 주는 중압감을 알고 있기에 후배들에게 이를 이겨내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1년 뒤에 열릴 도쿄 올림픽서 마지막 불꽃을 제대로 태우겠다는 각오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펜싱선수 김정환이 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 내 펜싱 체육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펜싱선수 김정환이 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 내 펜싱 체육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마지막 불꽃 태우는 김정환 “나이? 노장?? 젊게 살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개인전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주목을 받았던 김정환은 2018년 세계선수권 2관왕,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38살인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복귀를 결심한 뒤 도쿄올림픽 출전 꿈을 키우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칼을 잡으며 ‘유종의 미’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환은 “과거에는 20대 후반, 30대 초면 할아버지 소리 들었다(웃음). 사브르 종목 같은 경우는 특히나 선수 수명이 짧은 종목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30대 후반에도 그는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지속 중이다.


나이를 잊는 법에 대해 김정환은 “나름대로 국가대표 생활을 계속 하면서 어린 친구들과 같이 지내나보니까 나이 먹는 걸 잊고 살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이 생각을 따라간다는 게 내가 나이를 먹었다 생각하면 그 때부터 몸이 조금씩 아파지고 하는데 그럴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후배들하고 같이 지냈던 게 굉장히 즐겁게 운동을 했었다는 것을 1년 동안 쉬면서 느꼈다. 대표팀 복귀하면서 활기차게 다시 젊은 친구들이랑 운동하니까 즐거우면서 내 자신도 젊게 살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현재는 코로나19로 합숙훈련이 금지돼 있어 소속팀 훈련장이 있는 미사리로 출퇴근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퇴촌하고 나서부터 이제는 합숙훈련이 아닌 출퇴근으로 팀에서 감독님하고 똑같이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게 훈련하고 있다”며 “기초 체력적인 부분도 떨어지지 않게끔 매일매일 출퇴근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게 선수촌에서 훈련하던 방식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은 1년 연기됐지만 김정환은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이 이제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10월인데 9월에 하는 것으로 조금 앞당겼다. 현재 준비 과정 중에 있다. 어차피 올림픽이 취소됐으니까 빨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며 “원래 10월에 하려 했던 것은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마친다는 가정 하에 계획했던 것인데 연기되면서 빨리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결혼을 한 구본길의 조언을 받았냐고 묻자 “많이 조언 해주죠. 결혼에 필요한 것, 총각이 끝났을 때 마음가짐?”이라고 밝히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창 결혼에 대한 준비로 바쁘고, 신혼을 앞두고 들뜬 마음이 들법한 시기지만 그래도 김정환의 시선은 내년에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으로 향하고 있다. 1년 연기된 올림픽 전망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에 대해 김정환은 “우리가 지금까지 그랑프리 국제대회를 전부 세계랭킹 1위를 유지했다. 목표로는 금메달을 당연히 준비하고 있었고, 지금으로서는 이것을 내년까지 그대로 유지만 한다면 성공적이다”고 말했다.


위협이 되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헝가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모두 펜싱 강국들이다. 올림픽이라는 점도 변수다. 이 무대는 다른 그랑프리나 국제대회와는 또 다른 것이다. 환경적으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 나가는 후배들한에게는 많이 인식을 시켜주고, 극복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이 밖에 팀워크 등을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펜싱선수 구본길이 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 내 펜싱 체육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펜싱선수 구본길이 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 내 펜싱 체육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년 뒤에도 금메달을 자신하는 ‘미남 검객’ 구본길


훤칠한 키에 곱상한 외모. 구본길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바로 ‘미남 검객’이다. 2016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국 선수단의 개회식 기수로 얼굴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한 실력파로, 결코 외모로만 주목 받지 않았다.


생애 첫 출전한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그는 2014년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2연패,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사브르 대표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구본길은 “런던 때는 막내였고, 국가대표도 처음이었다. 사실 올림픽이 어떤 무대인지 잘 몰랐다. 운동선수로서는 꿈인 무대라 긴장만 됐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쿄 올림픽은 메달 딸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이다. 워낙 사브르 대표팀의 컨디션이 좋다. 그래서 자신감도 있다. 런던 때는 우리가 꼴찌 팀으로 나갔기 때문에 단체전 같은 경우는 거의 반포기 상태였다. 물론 메달도 따고 기쁨은 훨씬 좋았다. 도쿄는 설렌다. 지금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8년 전과 바뀐 것이 있다면 대표팀 내 위상과 위치다. 런던 대회 때는 막내였다면 도쿄에서는 후배들을 이끌고 다시 한 번 정상에 서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본길은 아직까지는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고 답한다.


그는 “2018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정환이 형이 1년을 쉬다왔다. 그 때 내가 주장이었다. 처음에는 정환이 형이 했었던 힘든 부분,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또한 선생님과 선수단의 커뮤니케이션 같은 내가 해야 될 역할들이 조금 많이 복잡하고 힘들었다. 점점 적응을 했을 때 다시 형이 복귀를 하게 됐다”며 “하지만 그게 어색하지 않았더. 정환이 형이 잠시 어디 갔다 온 느낌이었다. 아직까지는 형이 있는 한 베테랑 일 순 있는데 노장이란 수식어는 어색하다”고 답했다.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는 부담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부담감에 대해선 “사실 세계 선수권 대회 3연패하고 마지막 피날레가 올림픽인데 성적순으로 봤을 때는 부담이 많이 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우리들 같은 경우는 경험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서 긴장이 되거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서 메달을 아쉽게 놓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많이 부담도 들고 긴장도 되고 하지만 우리 둘이 주축이 돼서 젊은 친구들을 잘 케어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변수는 많지만 금메달에 대한 목표는 변함이 없다.


구본길은 “올림픽이 “올해 열렸더라면 금메달이 조금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다. 1년 미뤄진다 해도 기량이나 실력 등 확률은 똑같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1년 뒤 부수적인 영향들, 코로나19 때문에 시합이 언제 열릴지 모르고 기약 없이 계속 하다보면 사람의 마음가짐이 흔들릴 것 같다. 이런 것들만 잘 잡는다면 금메달 확률은 지금이나 1년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펜싱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1년의 시간 연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선수들을 지치게 하는 힘든 요소다. 단순히 1년이라는 시간이 아닌 기약 없는 기다림 때문이다.


두 선수 역시 “지금 상황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인지, 아니면 기약 없는 약속인지 알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이 심정적으로 지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쯤이면 아마 훈련의 마무리가 다 돼서 도쿄로 출발하지 않았을까요. 아쉬운 거죠.”


마지막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베테랑 김정환의 목소리가 모든 선수들의 심경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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