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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취임 1년…'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다 만신창이


입력 2020.07.24 00:05 수정 2020.07.24 05:0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롤러코스터' '냉온탕'으로 설명된 지난 1년

칭송하던 정부여당, '조국' 수사 계기로 돌변

사면초가에 식물총장 전락할 우려 상존

文정부 '모순' 드러낸 상징적 인물로 부상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25일이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25일이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25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정권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검찰 지휘봉을 잡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계기로 살아있는 권력의 대척점에 섰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은 뒤 공개행보를 자제한 채 몸을 낮추고 있다.


따라서 취임 1주년 메시지도 따로 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1년 운영방향을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시류에 따라 취임 기념사를 내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했다.


윤 총장의 지난 1년은 '다사다난' '냉온탕' '롤러코스터' 등의 용어로 요약된다. 정치권에서도 "외부의 시선이 재임기간 이렇게 극단적으로 달라진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좌천시키고 그 자리에 윤 총장을 발탁했다. 이 전 지검장과 윤 총장의 사법시험 기수 차이가 5기수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공소유지"를 인사 이유로 밝힘으로서, 박근혜 정권 수사의 공로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급기야 지난해 7월에는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전임 문무일 총장과 역시 5기수 차이가 있는 기수파괴 인선이었다. 문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윤 총장은 자신과 가까운 특수통 검사들을 핵심 요직에 전면 기용하며 검찰 조직을 장악해 나갔다. 법조계 안팎에서 '윤석열 사단화' '특수부 경도'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은 '청렴' '대쪽' '강직' 등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윤 총장을 띄워주기 바빴고, 문 대통령도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청렴한 검사’에서 "역대 최악의 총장"으로 여권의 평가가 바뀌는 데는 불과 몇 개월 걸리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단행하면서다. 여권에서 비토기류가 형성됐고, 추미애 전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조 전 장관 수사의 중추이자 윤 총장의 측근인 검사들을 콕 찍어 지방이나 한직으로 좌천시켜버렸다.


총선을 거치며 여권인사들의 윤 총장을 향한 비판 수위도 강도를 더해갔다. 윤 총장 비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차치하고라도,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박범계 민주당 의원 조차 윤 총장 장모의 잔고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과거 사석에서 있었던 미담까지 소개하며 윤 총장을 칭송했던 인물 중 하나다.


윤 총장에게 앞으로 남은 1년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먼저 최측근으로 통했던 한동훈 검사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파동으로 리더십도 일부 훼손됐고,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가 설치되면 검찰이 가진 힘의 분산도 피할 수 없다.


어려움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돌파구가 없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총장의 존재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모순'과 '내로남불'을 드러낸다는 점을 국민여론이 주목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선전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가장 검사답게 '성역없는 수사'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거대여당 정국에서 야당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데다가 공수처까지 출범하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면초가에 놓여있고 식물총장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지금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성역없는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만이 윤 총장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망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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