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수급지수 130.1 역대최고...임대차법 시행 후 심화하는 전세난
“전세 ‘3+3년’ 정착하려면 그 전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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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간을 현행 4년(2+2년)에서 6년(3+3년)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충분한 공급물량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전세대란을 능가하는 전세전쟁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부가 표 계산을 염두에 두고 앞장서서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확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대차 보장 기간을 기본 3년으로 늘리고, 계약 갱신 때 3년을 더 늘려, 임차인이 최대 6년간 전셋집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의 학제를 취하고 있다”며 “임대차 기간도 학제에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현 ‘역대급’ 전세대란의 주 원인이 지난 7월 말부터 시행한 주택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통계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0.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30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전세 기간을 2년에서 4년에서 늘린 지 이제 3개월이 지났고, 부작용으로 나타난 전세 품귀현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며 “이 상황에서 6년으로 전세기간을 늘린다는 발상을 한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임대차법을 누더기로 만들 셈”이나며 “법 개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법개정을 운운하는 것인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법 개정을 거듭하다 보니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인 전세입주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피해만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장경제를 모르는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전세기간이 6년으로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민간 전세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2+2년이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3+3이 정착되려면 그 전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아닌 사실상 제 3자인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교란하면 그 후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세입자들은 6년 동안은 편하게 살 수 있어도 그 이후 6년치 전세가격이 한번에 오르는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도 세금만 오르고 투자가치는 사라져 결국 민간 전세공급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지금 시장에서는 전세기간 1+1년에서 2+2년으로 가는 부작용을 겪었고, 3+3년은 더 심화 될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장점이 없어지니 임대차 공급이 줄어 공급불안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임대차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처음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세입자가 전세기간 2년이 끝나는 시기가 다음 대선”이라며 “세입자들에 다시 한번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