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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GM에 한국 철수 빌미 주는 한국GM 노조


입력 2020.11.19 11:22 수정 2020.11.19 12: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파업으로 안정적 생산 보장 못한다면 한국 잔류 이유 없어

정부와 '10년 잔류' 약속도 노조 파업 빌미로 '없던 일' 될 수도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차량(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신제품 개발 뿐 아니라 생산 체제에 있어서도 전동화에 대응한 전환이 시급해졌다.


내연기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전기차 부품의 특성으로 인해 조립 인력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도 자동차 업계로선 골칫거리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진통은 언젠가는 한 번 겪고 지나가야 할 성장통이 될 수밖에 없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일찍이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글로벌 생산체제를 재정비했다. 해외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기지 상당부분을 구조조정하고 전기차 위주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GM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방안을 저울질한 것도 단지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엄포’만은 아니었다는 게 냉정한 해석이다.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 기업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 무대가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내수시장이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임금 경쟁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떠나겠다는 기업을 지원금까지 줘 가며 잡아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게 혈세를 퍼부어 가며 눌러 앉힌 GM에 다시 한국을 떠날 빌미를 제공해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부 지원금의 직접 수혜자였던 한국GM 노조다.


정부 지원의 대가로 GM이 한국GM에 배정한 글로벌 소형 SUV(트레일블레이저, 앙코르 GX)의 미국 수출물량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에 노조가 파업으로 판을 뒤집어놓았다.


GM은 즉각 반응했다.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1만70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며 “한국GM 노조는 차량 생산 차질을 인질로 잡고 회사에 재정적 타격을 주고 있고, 이 같은 노조의 행태는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한국GM에 신차 배정과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주 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로이터는 “한국에 남기로 한 지 2년 만에 GM이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했다”고 분석했다.


GM 본사의 반응이 단순히 노조의 파업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엄포에 불과한 것이라면 다행스런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럴 것 같진 않다. 한국에서 10년간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2년 전과 지금은 사업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


그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세계적 악재가 발생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급감했고, 추가적인 구조조정 수요가 생겼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전동화 전환을 위한 리셋(reset)에 적절한 시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만일 GM이 한국 정부와의 약속을 뒤엎고 한국에서 철수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전투적 노조는 그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 심지어 한국GM 노조가 그 실례까지 만들어 줬다.


한국GM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GM 본사 경영진은 노동계가 정치인들을 동원해 국회에 불러다 놓고 압박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동안의 투자액을 포기하더라도 한국을 떠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해외 공장은 그들에게 계륵(鷄肋)에 불과하다.


GM이 빠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운명은 군산공장의 뒤를 이을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정부 지원금으로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아우성친들 그동안의 그들의 행태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용인할 리 없다.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떼쓰기가 통하는 상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상대가 있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걷어차는 일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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