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봄날은 간다' '클래식' 등 한때 호황…2010년 이후 부진
연예·결혼 관심 낮아진 사회 분위기도 한몫
드라마·OTT 오리지널 등, 영화 수준 넘는 표현과 스토리 보장
절절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더 이상 극장가에서 신통치 않다. 올해 한국 멜로 영화는 '리메인', '시, 나리오' 저예산 영화 두 편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조제' 세 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제작 현황에 따르면 촬영 중이거나, 후반 작업 중인 50편의 영화 가운데, 멜로 영화는 강하늘, 천우희 주연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유일하다. 2010년대 후반부터 점점 작아진 멜로 영화의 입지는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1990년대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접속'(1997), '편지'(1997), '약속'(1998)'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릿 속의 지우개'(2004), '너는 내운명'(200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수작들이 사람들의 감성과 눈물을 자극하며 한국 멜로영화 부흥기를 만들었다.
'늑대소년'과 '건축학개론'이 같은해 개봉되면서 각각 665만, 411만 관객을 모아 선전했으나 관객들이 화려한 블록버스터와 장르물, 버디물들을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잔잔한 감성의 멜로 영화는 부진을 겪었다.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무뢰한'(2014) '나를 잊지 말아요'(2014), '남과 여'(2015), '뷰티인사이드'(2015), '그날의 분위기'(2015), ,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7), ,'유열의 음악앨범'(2019) 등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197만명의 '남자가 사랑할 때' 205만명의 '뷰티 인사이드', 260만명의'지금 만나러 갑니다' 정도다. 이마저도 300만명 이하다.
멜로 영화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달라진 사회 환경으로 인해 20~30대 관객들이 더 이상 멜로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이 당연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연애, 결혼, 육아, 인관관계, 내집, 정치를 포기한 6포 세대를 지나 현재는 비혼을 선언하고 있는 젊은 층들이 늘어났다. 젊은 관객은 가치관이 바뀌며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와 관심이 없다. 직장인 김이영(여, 26세) 씨는 "남의 연애 이야기가 돈을 주고 볼 만큼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사랑에 울고 웃는 일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TV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블록버스터 정도다"고 멜로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또한 멜로 영화 전성기 시대였던 1990년대 후반에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매체가 영화와 드라마 뿐이었다. 특히 드라마는 수위가 제한돼 있어 표현에 한계가 있었지만 영화는 표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하며 갈증을 풀어줄 수 있었다. 현재는 영화와 드라마 외에도 유튜브, OTT 스트리밍 등이 등장하며 희소성이 떨어졌다. OTT 월정액과 영화 티켓 값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가성비로도 떨어진다. 이에 높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나 액션물, 재미가 보장된 영화가 아니면 지갑을 잘 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멜로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접속', '편지', '약속' 등 20세기 작품들을 추억하고 소비하며, '이터널 선샤인', '라라랜드', '어바웃타임' 등 해외 멜로 영화들이 재개봉되고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건, 관객들이 잘 만들어진 영화는 결국 찾아서라도 본다는 걸 입증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랑이야기는 항상 사람 간의 따뜻한 휴머니즘과 인간미가 깔려있다.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가 시기를 잘 탄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희박하지만, 제작자들은 이 가능성에 계속 도전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포, 멜로는 흥행이 힘들지만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로 제작자나 감독의 욕심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