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필리버스터 자정에 종료…오늘 오후 2시 본회의 표결
민주당이 '공수처 명분'으로 내세웠던 야당 비토권 무력화
정치중립 담보 못해…정권의 충견을 처장으로 임명할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친여 인사의 공수처장 임명이 가능해진다.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받는 공수처가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마저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나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처럼 '정권의 충견'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에 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되자마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4선의 김기현 의원이 이날 오후 9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했고, 10일 0시 종료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 민주당은 10일 임시회를 소집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10일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초헌법적 국가기관 공수처의 '연내 출범'이 가능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단독 처리할 당시 야당의 비토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야당이 실제 비토권을 행사하자 공수처 출범이 안 되고 있다면서 비토권 무력화에 나섰다. 이날 통과될 공수처법 개정안에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7명 중 6명 이상 동의'에서 '3분의 2(5명 이상) 동의'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야 원내대표 담판 회동에서 협상의 여지도 있었지만 끝내 무산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했던 차관급 법조인 2명을 (공수처장 후보로)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윤석열 트라우마가 있어서 완전히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은 안 쓰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에는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의 문턱을 낮추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공수처법상으로는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와 5년 이상의 재판·수사·조사 경력'이 있어야 공수처 검사로 임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변호사 자격 7년 이상 보유'로 완화하고, 재판·수사·조사 경력 조건은 삭제했다.
야당은 "변호사 생활만 했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7년 지나면 언제든지 공수처 검사로 임명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정권 수사를 막는 '정권보위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기관들은 고위공직자 범죄사실을 인지하면 공수처에 즉각 통보해야 한다. 또 공수처는 수사기관이 이미 착수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를 한없이 지연시키거나 흐지부지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기현 의원은 필리버스터에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문주(文主)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가 됐다"고 집권세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수시로 무시하며 꼼수와 편법으로 국민 무시, 야당 패싱, 입법 폭주를 상습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가 시스템이 통째로 바뀌고 불법과 부정이 합법과 정의로 둔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