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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권 부동산 정책 만약에①] 8·2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입력 2020.12.27 07:00 수정 2020.12.27 05:57        황보준엽 (djkoo@dailian.co.kr)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 활성화로 집값 안정세 예상

2달에 한번 꼴 규제 발표…결과는 대실패

만약 문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틀어 막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달랐을까. 역사에 가정법이란 없다지만, 당시 선택의 결과와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기에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대처다. 3회에 걸쳐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만약'이라는 가정을 통해 되짚어 본다. [편집자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규제'로 요약된다. 현재까지 24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지난 2017년5월 문 정부가 출범했으니, 2달에 한번 꼴로 규제가 나온 셈이다. 대책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상 내용은 규제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내며 가까이에서 부동산 정책들을 지켜봐 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상 '참여정부 시즌2'로의 계승은 예고됐던 것일 수도 있다.


짧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성공


실제로도 그랬다. 취임 후 한달만에 첫 번째 부동산 정책으로 발표한 '6·19 대책'은 LTV와 DTI 강화, 전매제한 기간 강화, 조정대상 지역의 추가지정 등이 주요 골자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2개월 후 2017년 8월 문 정부는 현재 부동산 정책의 뼈대이자, 역대 최고강도라는 8·2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 대책을 보면 이젠 계승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졌다.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대출과 공급, 세금 등 규제란 규제는 모두 담았다.


얼마나 고강도였던지 당시 시장에선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어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규제 강화를 시작으로 안전진단절차 강화 등 비슷한 규제로 시장을 압박한 노무현 정부가 시장 불안정을 키웠던 만큼, 8·2대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들은 드물었다.


다만 예상과 달리 시작은 좋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동향을 보면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2017년 8월14일부터 서울 집값(0.03%→-0.04%→-0.04%→-0.03%→-0.01%)은 하락세를 탔다.


8·2 대책의 성공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9년간의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이 불과 몇 달만에 규제로 급변한 것이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대책에 따른 집값 안정을 보도하기 바빴고, 정부는 고무됐다. 그럴 만 했다. 사실상 처음 내놓은 규제로 뛰던 집값을 마이너스로 돌려세웠고, 당시 8·2대책은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대부분의 국정지지도 여론조사에선 80%를 웃돌았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밀집지역 모습.ⓒ데일리안 홍금표기자
성공에 도취된 文, 연이은 규제 폭탄


문제는 그 성공이 길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약 한달 후 집값은 상승 전환했고, 노 정부와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하지만 잠깐의 성공에 도취된 문 정부는 이후로도 연일 규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가계부채종합대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4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부동산 대책만 8번 발표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8·2 대책의 약발이 먹혔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규제를 이어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반복되는 규제에 시장은 예측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참혹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2017년∼2020년)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평균 2625만원에서 4156만원으로 58%(1531만원) 올랐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상승액인 344만원(2281만원→2625만원)의 4.5배에 이르는 수치다.


중위가격도 3억원 이상 올랐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한다. 중앙에 분포한 가격만 따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택가격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10월 9억2093만원까지 올랐다. 문재인 취임 당시(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이었다.


공급 규제만 빠졌더라도


결과가 좋든 나쁘든 8·2대책은 문재인 정부에게 있어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당시 추진한 방안들은 지금에도 작동하고 있다. 만약 8·2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집값 안정 여부가 제일 관심사다. 지금처럼 집값이 급등했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달랐을 수 있다"다. 현재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분명하다. 공급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8·2대책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의 규제가 담겼는데, 이 방안들은 현재까지도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보다 공급이 위축됐다는 데 있다"며 "양도세 등 세 부담도 일부 영향은 있었겠지만 공급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집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이 유일한 공급 통로다. 도시정비사업이 틀어 막혀 공급 우려가 불거지며 수요가 경기도로 그 밖으로 뻗어나가면서 집값이 올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또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이 밀리고, 물량 부족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과열되는 것도 집값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공급 규제들이 당시 대책에 담겼다"며 "만약 8.2 대책이 없었더라면 집값 향방이 지금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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