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장시간 과제물 촬영 이어가
폐질환 앓는 가족 둔 주민 "무서워 밖 못 나가"
SNS 주민 가족에 가계정 동원해 비난
학교 측 "코로나로 기획·콘티 제출 과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한 건물 앞에서 대학생들이 과제물로 낼 영화를 장시간 촬영해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돼지슈퍼 건물 앞에서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 10여 명이 몇 시간째 모여 떠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해당 장소에서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학교 과제물을 이유로 영화 촬영을 진행했다. 이때 영화에 출연하는 일부 학생들은 '노 마스크'로 촬영하기도 했다.
장기간 이어진 단체 촬영에 인근 주민들은 불안함을 호소했다. 돼지슈퍼 건물 거주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유독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시아버지가 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데다 폐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논의되고 병상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는 상황에서 동의도 구하지 않고 남의 집 앞에서 촬영해 위협을 느꼈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A씨는 "얘야, 오늘 우리 집에 오지 말아라. 아침부터 학생들이 촬영한다고 건물 앞에 진을 치고 있구나. 무서워서 슈퍼도 못 나가겠어"라는 시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다급하게 이동했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A씨는 학생들에게 수차례 촬영을 중단해 줄것을 요청했으나 학생들은 막무가내였다. 아침부터 시작됐다던 촬영은 오후 8시까지도 계속됐다. 이에 A씨는 결국 학생들을 집합금지명령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학생들의 장기간 단체 촬영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A씨는 인스타그램 가짜계정(가계정)들로부터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수십 통의 메시지에는 "너나 잘해라", "너 같은 사람이 '맘충'이다" 등 A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잔뜩 담겼다.
A씨는 "단지 일상생활에 위협을 느껴서 촬영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인데 맘충이라고 비난받고 있다"며 "과제를 내줬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을 위협하는 행동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현장 책임자인 중앙대 영화학과 학생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예민한 시기에 논란을 불러 사과드린다"라며 "돼지슈퍼 사장님께 허락을 받았지만 위층 주민분들께 허가를 받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출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으니 확인차 인적 사항만 기록해두고 돌아갔다"며 "(A씨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가계정으로 댓글을 다는 행위는 멈춰 달라"고 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해당 전공과목 교수는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기획·콘티만 제출하도록 했지만 학생들이 의욕을 가지고 영상까지 제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전공 관련 활동 때 방역수칙 준수·촬영 협조 요청 등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하고 촬영 시간 단축 등을 교육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