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집값이 8.35% 상승, 14년 만에 최고치
"경제인 출신이 아닌 운동권 출신…예고된 사태"
3년 6개월이 남긴 기록, 역대 최장수·역대 최고치 상승률
3년 6개월.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단 김현미 장관. 기존의 최장수 타이틀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보유하고 있었다. 최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2008년 2월 29일부터 2011년 5월 30일까지 장관직을 맡아 3년 3개월 간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인 김현미 장관은 8·2 대책을 시작으로 최근의 11·16 전세 대책까지 엄청난 양의 대책을 진두지휘했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예상보다 길어진 장관직
김 장관은 원래라면 여느 정치인 출신 장관처럼 길어야 2년 짜리 장관이었다. 이렇게 오래 장관직을 유지할 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 정치인 출신 장관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1년도 채 안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장관을 거친 의원이라는 이력은 활용하기에는 좋지만, 정책 성패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하는 장관직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오래 앉아 있기는 부담이다.
때문에 김 장관 역시 4·15 총선 전에는 물러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본인도 그러겠다 공표했었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음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로도 수차례 총선 출마 의지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피력했다. 국토부 장관으로서 오래 일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 이력으로 청문 과정에서 스스로 낙마하면서 계획이 뒤틀렸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규제가 다시 시작됐다. 이때가 2019년 3월경, 이후 김 장관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최대 30%까지 상향한 주거종합계획을 시작으로 12번의 대책을 연거푸 발표했다.
그때마다 시장은 요동쳤다. 올해는 전국 집값이 8.35% 올라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셋값 역시 6.54%로 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집을 살 수도 임대할 수도 없게 됐다.
그 결과 문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따져보면 8~9할은 김 장관에게 있는 셈이다.
'시무7조'로 화제를 모은 '진인 조은산'은 김 장관을 '3인의 역적'(추미애·노영민·김현미) 중 한 사람으로 지칭하기까지 했다.
김현미가 남긴 기록, 역대 최장수·역대 최고치 상승률
개각 대상에 포함된 김 장관은 3년 6개월을 끝으로 국토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역대 최장 국토부 장관'이라는 기록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의 집값 상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비극의 시작은 김 장관의 취임에서 비롯됐다. 만약 그때 그가 국토부 장관 자리를 수락하지 않았다면, 시장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까?
일반적인 답변은 '그럴 수 있다'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상 규제는 이어졌겠지만, 경험이 풍부한 실무자를 앉혔다면 지금과 같은 급등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까지 김현미 장관이 정책 기조에 따라 설계대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직을 맡았다면 조금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며 "아무래도 공급 등 실제 시장이 원하는 반응을 잡아내 정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국토부 장관 내정 당시부터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여성 국토부 장관인데다, 주택·건설 등 분야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우려도 뒤따랐다.
그는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81학번)에 다니며 학생운동을 한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경제 쪽으로의 경험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지내는 등 기재위 활동이 전부다. 정통 경제인 출신이 아니다.
사실상 '언론통'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한때 '노무현의 입'으로 불리며 대변인과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실무 경험은 물론 행정 경험도 없는 인물인 셈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예고된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김현미 장관이 기재위에서 재직했다고는 하지만, 경제와 부동산 쪽은 엄연히 다르다. 거기다 경제인 출신도 아닌 운동권 출신"이라며 "전혀 도시 계획과 부동산 쪽으로는 경험이 없는 사람이 국토부 장관으로 온다는 것은 정책 실패를 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