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예비경선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100% 시민경선 하더라도 표본 수, 표본 대상,
후보 결정 기준(질문지) 등 기술적 논의해야
총장간 협상기구는 지도부 승인 있어야 가능"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출은 아직 예비경선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국민의당에서는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의 쟁점들까지 정리하고 나섰다. 안철수 대표 측에서 단일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3월초 정도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대표 사이의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와 관련해 협의해야할 여러 쟁점들을 세부적으로 해설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100% 시민경선의 경우에도 표본 수를 얼마로 할 것인지, 표본 대상을 전체 표본으로 할 것인지 야당 지지와 무당층 대상으로만 할 것인지,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은 여당 유력 후보 대비 경쟁력 조사로 할 것인지 야권 후보 적합도로 할 것인지 기술적으로 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무 협상기구에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협상)하기보다 어떤 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수 시민들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야권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쟁점을 협의해야할 '실무 협상기구'에 대해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양당 사무총장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면서도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만, 양당의 총장이 모이면 공식 창구가 되기 때문에 양당 지도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전개될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일단 내부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선출되면 국민의당 후보인 안철수 대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는 '2011년 박원순 모델'이 불가피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사무총장이 직접 해설에 나선 것은 '안 대표의 단일화 관련 언사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다양한 쟁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쳐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요구 거부는 '나로 단일화해달라'는 뜻이 결코 아니라며, 오히려 입당 요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입당 거부는) '나를 단일 후보로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며 "공당의 대표가 자기 당을 탈당하고 다른 당 경선에 참여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고, 그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게 정치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오늘(14일)도 어떻게든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안 대표가 강조했다"며 "'3자 구도'는 야권 지지층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확인했다.
한편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을 향해 잠재적 단일화 대상인 안철수 대표를 향한 '흠집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제1야당에 있는 분들에게 안철수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상대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요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여당의 가짜뉴스나 흑색선전·양념폭탄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 단호하게 맞서겠지만, 야당에서 같은 야권의 유력 후보를 비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것은 좌초 위기에 빠진 문재인정권에게 다시 희망과 웃음을 주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문재인정권에 반대하는 야당이라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연대와 협력, 그리고 후보 단일화 방안을 만들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 국민의당이나 바른미래당 등에서 안 대표와 당을 같이 했다가 국민의힘으로 옮겨간 인사들 사이에서 안 대표를 겨냥한 회의적인 반응이 잇따르자 이 사무총장이 '호위 무사'로서 작심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진영 전 국민의당 수석최고위원은 최근 SNS에서 '안철수가 변했을까'라는 글을 연재하며 옛 국민의당 시절 안 대표의 소통 능력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이태규 사무총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은 안 대표와 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최고위원이라 해서 최고위에 와서 안건에 대해 토론할 수는 있지만, 고민 속에서 뭘 결정하는 논의 구조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분의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여의도 정치판에 먹을 게 있으면 그냥 막 비비고 들어와서 간이라도 빼줄 듯 하다가 먹을 게 없으면 빠져나가서 욕하고 돌아다니는, 정치의 질을 굉장히 떨어뜨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정리하는 것도 새정치의 과제"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