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성폭행 사건 판결문에 적시
재판부 "피해자 진술 일관적, 신빙성 있어"
또 다른 성추행 가해자 박 전 시장 사건 언급
"박 전 시장 추행으로 정신적 고통 인정" 적시
법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재판장 조성필)는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A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해 상해를 입힌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성범죄 사건은 촬영·녹음을 하지 않는 이상 객관적 증거가 있을 수 없다"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꾸며냈다고 보기 어렵고, 진술이 신빙하기 어렵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장 비서실에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4월 회식이 끝난 뒤 술에 취한 직장동료를 성폭행한 뒤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인 직원은 6개월 이상 치료를 해야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도 인정했다. 이 사건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동일인이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 밑에서 근무한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전 시장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등 문자를 받았다는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별개의 사건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판단한 것은 피고인 A씨 측의 주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재련 변호사는 "피고인(A씨)이 피해자가 겪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피고인 행위로 인한 게 아니라 제3자 (때문이라고), 아마 박 전 시장을 염두하고 주장한 것 같다"며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추행으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은 인정된다. 다만 그 외에 피고인의 행위로도 피해가 인정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추행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은 것을 인정받기 위해 고소했는데, 피고소인 사망으로 판단을 받을 기회가 봉쇄됐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왜곡·부정하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자가 너무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