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자매 살해하고도 16차례 반성문 선처 요구…유족 절규

두 자매 살해한 30대 남성 무기징역

가족에게 딸인 척 연락해 범행 은폐

가해자 반성문 16차례 선처 요청

"가해자 이미 절도, 강도 3범인 범죄자"

자매 살인범 선고 공판 열린 대전지법 서산지원 110호 법정ⓒ연합뉴스

여자친구에 이어 그 언니까지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부(김수정 부장판사)는 20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10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여자친구 언니 집에 무단침입해 숨어 있다가 이튿날 새벽 퇴근하고 돌아온 여자친구 언니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여자친구 언니 차량을 훔쳐 울산으로 달아났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기도 했다. 또 피해자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거나, 이미 숨진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딸인 척 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딸의 시신은 뒤늦게 발견됐다. 가족들은 지난해 7월 1일 경찰에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두 곳에서 한여름 무더위 속 방치돼 부패한 상태의 시신을 각각 발견했다. 김씨는 도주 중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묻기도 했다.

구속된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문을 16차례나 제출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언니까지 살해, 피해자들이 심한 고통과 함께 삶을 마감하도록 했다"며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피해자들을 살해하면서, 피해자 부모는 동시에 두 딸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훔친 명품 가방을 전에 사귀던 사람에게 선물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피고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속죄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에 대해 "재범 우려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이날 선고 공판을 방청한 피해자의 부모는 선고 직후 "재판장님 너무 억울합니다. 사람을 둘이나 죽인 X인데, (두 딸의) 시신이 썩는 동안에도 PC방에서 놀던 X인데 무기징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재판부는 "저희에게 말씀하셔도 이미 선고는 마쳤다"며 "법에서 할 수 있는 절차를 밟으시길 부탁한다"고 답했다.

당진자매 살해 사건 '딸의 남자친구가 제 딸과, 언니인 큰딸까지 살해하였습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피해자 친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만취 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청원인에 따르면 가해자는 이미 절도, 강도 3범에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로 불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범죄자였다.

피해자 친부는 "제 딸들을 죽인 X이 심신미약과 반성문을 계속 제출해 어떻게 해서든 형량을 줄이기 위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며 "제 인생은 두 딸이 무참히 살해당했을 때, 산산조각 났다. 사형선고를 받는 것을 봐야, 하늘에 가서도 두 딸 얼굴을 볼 면목이라도 생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