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5월까지 공매도 금지연장 결정…이후 대형주부터 재개
'천만 동학개미' 표심 냄새 맡은 여권 "결정 환영한다" 공치사
정부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까지 추가로 연장하기로 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여권의 압박에 따른 결정이라는 평가다. 이미 공매도 논의는 4.7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끼어들어 정책당국의 권한을 빼앗아간 상황이었다. 개미들의 불만과 해외 기관의 불신, 정치권의 압박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금융위원회는 기존 입장을 접고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임시회의를 열고 3월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기간을 5월 2일까지 연기하고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여권의 입맛대로 이뤄졌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최근 '1000만 동학개미' 표심 냄새를 맡은 여권 인사들은 연일 공매도 재개 반대를 외치며 금융당국을 몰아세웠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는 물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까지 공매도 논의에 숟가락을 얹고 나섰다.
절차적으로 공매도 금지 여부는 금융위 의결 사항이지만, 민주당이 공매도 재개와 관련한 최종 결론을 제시하면 금융위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금융위를 비롯한 정책기관들은 여당의 승리를 위해 정책지원에 나서야하는 '유세 지원단' 역할을 강요받는 상황이었다.
실제 금융위는 당초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재개를 공식화하는듯했지만, 여권의 노골적 압박에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났고, 결국 추가 연장 결정을 내려야 했다.
금융위, 개미‧여권 압박에 백기투항…일부 정치인 '공매도 공치사'
이날 금융위의 발표 직후 민주당 소속 박용진 의원은 "내가 문제제기한 '제도보완 후 공매도 재개'라는 주장에 금융당국도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이해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해온 자신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공매도 공치사'다.
같은당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연장 결정을 환영한다. 주가 3000시대는 대한민국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제도가 서울 시정(市政)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융정책 사안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출렁이자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6개월 더 연장했다. 지난 29일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며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 여부 등에 대한 여당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완전 금지'를 요구하는 의견에서부터 '완전 재개', '제도개선 후 재개' 등 다양한 의견과 대안이 제시됐다"면서 "오늘 회의에선 글로벌 스탠다드인 공매도를 완전 금지하거나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제도 개선과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5월 3일을 부분 재개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한달 보름 연장'이라는 모호한 결정이 4.7보궐선거 일정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시점까지 시장참여자들의 준비상황을 밀착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상황 점검단을 가동 중이며, 점검 내용은 향후 2월 국회 및 4월 국회가 열리면 국회 정무위원회에도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