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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동맹' 한미, 정책 우선순위·북한 인식 현격히 달랐다


입력 2021.03.18 04:00 수정 2021.03.18 07:3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美, 대중 견제 필요성 강조

韓, 대북관여·전작권 전환에 방점

비핵화 '표현'에서도 차이 보여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vs "北 비핵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벽면에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설치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1년 만에 한국을 동시에 찾은 미국 외교·국방 장관이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철통' '핵심축' 등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두터운 신뢰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정책 우선순위와 대북 인식에 있어 양국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일본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17일 오후 별도 비행편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먼저 한국땅을 밟은 오스틴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견례 첫 일성으로 양자 현안이 아닌 중국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오스틴 장관의 중국 언급과 관련해 "문건화할 때는 중국을 영내국가, 주변국가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이 예고한 바와 다르게 공개석상에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스틴 장관은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안보 핵심 제공자"이자 "규칙에 기반한 질서 유지 원칙을 공유하는 역내 우선순위 파트너"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규칙에 기반한 질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비판할 때 활용하는 표현으로, 한국의 역내 중국 견제 역할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이슈를 직간접적으로 강조한 오스틴 장관과 달리 서욱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기도 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슈에 방점을 찍었다.


국방부는 회담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을 재확인했다"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파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구체적인 설명에 미국도 경청했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블링컨 "韓美, 공유된 가치 함께 지킬 것"
정의용 "평화프로세스 정착 기대"


오스틴 장관보다 조금 늦게 한국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외교부 청사로 이동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첫 대면회담을 가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고로 한국계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애도를 표했다.


가치를 공유한 한미가 감정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며 '따뜻한 가슴'으로 운을 뗀 그는 미국 국익과 직결된 대외 이슈를 언급하며 '차가운 머리'로 돌아섰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동맹이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자 현안이 아닌 미얀마와 중국을 언급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선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티베트에서 인권을 유린하며, 남중국해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블링컨 장관이 "우리(한미)는 우리의 공유된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고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에 한국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적 가치를 강조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신속한 대북관여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힘을 실었다.


외교부는 회담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국 장관이 "북한・북핵 문제가 시급히 다루어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정의용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 결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확고히 정착돼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은 비핵화 관련 용어를 달리 사용해 '인식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로 한국 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활용한 반면, 미국 측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권위주의 정권이 광범위한 자국민 학대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와는 상반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시작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회담서 '동맹강화' 논의할 듯
韓 '쿼드' 참여 타진할지 주목돼


별도 회담을 마친 양국 외교·국방 장관들은 오늘(1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5년 만에 '2+2회담(외교·국방 장관 회담)'을 갖는다.


회담 직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안 가서명식이 진행되는 만큼, 동맹강화 이슈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교·국방장관 간 회담에선 한미일 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만큼, 3개국 공조 강화를 주문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중국 견제 의지를 거듭 피력해온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중 견제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한국에 '쿼드(Quad)' 참여를 타진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쿼드는 미국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꾸린 안보 협력체로, 중국이 '반중 군사전선'으로 간주해 강하게 반발하는 협력체이기도 하다. 미국은 쿼드를 한국·베트남 등으로 확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서욱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쿼드 관련 논의는 "외교부가 주도할 사안"이라면서도 미국 외교·국방 장관이 "쿼드 가입 제의를 할 것 같진 않다"고 했었다.


(왼쪽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자료사진) ⓒ연합뉴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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