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선거 앞두고 민심달래기 보여주기 쇼…수사의 ABC도 모르는 수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팔다리 다 잘라놓고 500명 검찰 투입?…"직접수사 못해 아무리 투입해도 무의미"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 구축을 통해 현재 발생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찾아내 일벌백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770명 규모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팀 인원을 1500명 이상으로 2배 확대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 등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한마디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민심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수사팀만 확대해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특히, 이미 수사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에서 단순히 수사 인력만 늘리는 것은 내부 혼선만 일으킬 뿐,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에 대해서 ABC도 모르는 수준이다. 지금 쯤이면 이미 수사가 상당 수준 진척을 보여야 하는 때"라며 "국가선수 대표들 다 2군으로 내려보내 놓고, 2군 선수들만 잔뜩 늘려서 경기에 내보낸다고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경식 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팀 인원을 2배 확대했다고 한 건 그냥 수치상으로 모양만 낸 것이다. 각 지방검찰청에 부동산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인데 생색내기,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진짜 미꾸라지들은 이미 다 빠져나갔는데 수사팀을 늘린다고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중구난방식의 수사만 이뤄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고 희망도 없다"며 체념 섞인 반응을 내놨다.
실제 정부는 지난 2일 LH 투기 의혹이 처음 표면화된 이후 '패가망신' '일벌백계' '명운을 걸겠다' 등 강도 높은 엄포성 발언을 수차례 내놨지만 뚜렷한 수사 성과는 아직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은 공직자는 40억 원을 대출받아 전철역 예정지 인근 땅에 투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기 포천시 공무원 1명뿐이다.
앞서 경찰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이나 지난 9일에야 경남 진주의 LH 본사와 투기에 연루된 임직원 자택을 압수수색을 벌여 '뒷북 수사'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LH 상급 기관인 국토교통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투기 의혹이 제기 된 지 보름을 넘긴 17일에 진행됐다. 사건 관련 각종 증좌들이 축소·은폐됐을 소지가 다분하고, 투기꾼들의 증거인멸 및 말맞추기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00명의 검찰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검찰이 성과를 내는 것이 두려워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세우며 부동산 투기 수사에 경험이 많은 검찰의 수사 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해 오다 수사 성과와 진전이 없자 대규모 검찰 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중요 범죄로 제한된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오경식 교수는 "검찰이 경찰 수사에 법리적 조언을 해주고 신속한 영장청구를 지원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그 외 직접 수사는 못 한다. 현재 직접수사 규정을 개정하지 않고는 수사를 벌일 근거가 없다"며 "검사를 아무리 투입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일단은 뭔가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명백한 쇼"라면서 "최고의 수사력과 조직력을 보유한 검찰의 팔다리를 완전히 잘라놓고 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의 역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고해 반부패 역량을 극대화 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혀야 할 때"라면서 "근본적인 방향 전환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부패근절 대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