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한 일본의 70대 재력가가 3년 전 돌연사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그의 20대 아내를 체포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28일 70대 사업가 노자키 고스케(사망당시 77세)를 살해한 혐의(살인·각성제 단속법 위반)로 그의 부인 스도 사키(25)를 체포했다.
스도는 2018년 5월 24일 와카야마현 다나베시 소재 노자키의 집에서 노자키가 치사량의 각성제를 섭취해 중독사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된 이유는 사망한 노자키가 과거 '기슈의 돈 후안'이라고 불릴 정도로 바람둥이였기 때문이다. 기슈는 일본 와카야마현과 미에현 남부를 칭하는 지명이며, 돈 후안은 17세기 스페인 전설에 등장하는 호색한이다.
노자키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여성 편력을 당당히 거론하며 '기슈(紀州)의 돈 후안, 미녀 4천 명에게 30억엔(약 306억원)을 바친 남자', '기슈의 돈 후안 야망편 내가 '생애 현역'으로 있을 수 있는 이유' 등 내용을 다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자신의 욕망이 성욕뿐이라며 '돈을 버는 것은 미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라는 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노자키는 중학교 졸업 후 고철 수집, 방문판매원으로 자립했고 이후 금융업, 주류판매업, 부동산 투자 사업 영역을 확대, 고액 납세자 명단에도 종종 이름을 올릴 정도로 돈을 모으며 여성들과 복잡한 관계를 만들고 다녔다.
그러던 노자키가 결혼을 했다. 2018년 펴낸 자서전에서 아내 스도에 대해 "1년 전 가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넘어졌고, 당시 21살이던 스도에게 도움을 받은 걸 계기로 알게 됐다"면서 "'나의 마지막 여성이 되어 주지 않겠느냐'고 프로포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혼 3개월 만인 2018년 5월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스도와 가정부가 침실 소파에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노자키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자키의 몸에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으며 부검 결과 체내에서는 각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사인은 급성 각성제 중독으로 판명됐다.
집에 여러 대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으나 당일 저녁부터 노자키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까지 출입한 이들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노자키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택이나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친족과 회사 종업원 등 약 1천 명에게 진술을 청취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단서를 얻지 못해 사건이 미제로 남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스도가 사건 전 인터넷에 각성제에 대해 조사했던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체포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건이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스도가 혐의를 시인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스도가 각성제를 어떻게 입수했으며, 어떻게 노자키에게 섭취시켰는지가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