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핵심' 홍영표에 0.59%p 차로 '신승'
'친문 쏠림당' 피했지만 '친문 위력' 재확인
宋 "대통령·당명 빼고 모든 것 바꿀 것" 공언
부동산·백신 등 文정부 노선 변화 가능성
임기 말 문재인 정권을 뒷받침하고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 여당의 새 대표는 '무계파'와 '변화와 쇄신'을 내세운 5선의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구을)이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선 '친문(친문재인) 핵심' 윤호중 원내대표가 선출됐지만,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선 계파색이 옅은 송영길 의원이 당선되면서 "'친문 쏠림당'이라는 오명은 피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송영길 신임 민주당 대표가 '친문(친문재인) 핵심'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구을)에 '신승'을 거두고, 이날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친문 인사로 꼽히는 만큼, 친문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송 신임 대표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35.60%를 득표하며 35.01%를 확보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을 0.59%p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우원식 의원(4선·서울 노원구을)은 29.38%를 얻어 3위에 머물렀다. 이날 투표 결과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 당원 5%의 비율로 반영됐다. 송 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에서 각각 34.97%·35.95%, 국민과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 각각 34.70%·40.38%로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홍 의원도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에서 각각 33.47%·36.62%를 얻어 두 사람은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송 대표는 범친문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어 비문계(비문재인)로 불린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대통령과 당명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쇄신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문제 등 기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송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2·4 공급대책을 뒷받침하되 실수요자 대책을 보완하겠다"며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1주택자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후보 시절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9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와 관련해선 송 대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브이(V)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검찰개혁·언론개혁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도 전당대회 축사를 보내며 '개혁과 민생' 두 바퀴가 속도를 맞춰 가야 한다고 했다. 원내대표와 잘 협의해서 (국회)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당·청 관계도 변화가 감지된다. 송 대표는 "청와대나 내각의 정책이 민심과 유리되지 않도록 중간 역할을 잘하겠다. 당이 결정하면 내각이 집행하도록 당이 주도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당내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선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순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친문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선 "그분들의 그런 당에 대한 열정을 개혁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송 대표는 홍 의원을 상대로 '신승'을 거둔 만큼 당내 강성 친문 지지층과 긴장 관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문 권리당원들의 위력은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선 최고위원에는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전혜숙 의원(득표순)이 선출됐는데, 백 신임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문 인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