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다자주의, 북핵문제와 거리 있어"
美 강조 '韓日 공조'부터가
文정부 대북구상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미국이 역내 동맹인 한국·일본과 공조해 대북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해온 가운데 중국과도 협력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북미 양자적 접근보다는 동맹 및 관련국들과 함께 북한에 관여하는 다자주의적 접근에 힘을 실을지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각)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G7(주요7개국) 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그들(중국)과 이란 문제에 대해 관여하면서 JCPOA(이란핵합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앞으로는 북한 및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중국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분명히 이해관계가 겹치며 서로 관여 중인 매우 다양한 분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역시 이날 FT 주최 토론회에서 "수개월 내로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과 '실질적인 외교적 관여'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극한의 경쟁'을 예고하면서도 협력할 분야에 있어선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공들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은 물론 영국·프랑스·러시아·독일 등 해당 합의 참여국과 함께 관련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 문제 역시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다자주의적 관점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블링컨 장관이 북한 이슈를 중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향후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역내 동맹인 한일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북한 이슈에 대한 다자주의적 접근이 '북미 양자협상 조기 재개'로 요약되는 문재인 정부 대북구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다자주의 원칙은 북핵문제 해결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본다"며 "북미협상을 재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아야만 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 워낙 강하다. 미국도 그런 북측 의사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을 공언한 것부터가 문 정부 대북구상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이 북한 인권 문제 개선, 중장거리 미사일 및 화생방 무기 포기 등을 요구하며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이 의도적으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건 (대북협상에) 양보적으로 임하진 않겠다는 얘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상대적으로 강경한 일본 입장을 내세워 한국이 바라는 대북구상에 선을 그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홍 수석연구위원은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으로 인해 "일본이 북한 눈치를 봐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올림픽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향후 몇 달은 일본이 반북 기조만 얘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