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윤석열 "내가 걷는 길 보라"…긴 잠행 깨고 공개행보


입력 2021.06.10 00:30 수정 2021.06.10 00:39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우당 기념관 개관식 참석해 "차차 알게 될 것…지켜봐 달라"

"국민의 기대와 염려 잘 안다"…'전언정치' 피로감 의식한 듯

'노블리스 오블리주' 강조…조국사태‧부동산 문제 우회 지적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 문을 여는 우당 기념식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긴 침묵을 깼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검찰총장 사퇴 이후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은 윤 전 총장을 보기 위한 지지자들과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수 십여명의 지지자들이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하자 윤 전 총장은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것이니 이러지들 마시라"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서울시 행사를 여러번 치렀지만 이렇게 취재 열기가 뜨거운 경우는 처음"이라며 "앞으로 자주 모셔야겠다"고 했다. '윤석열 파일'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첫 공식입장 "내가 걷는 길 보면 차차 알게 된다"


윤 전 총장은 정치권 최대 관심사인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내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알게 되지 않나"라며 "지켜봐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행보와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입장이다.


윤 전 총장은 이어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염려를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지층의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전언정치'에 대한 우려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우당 선생의 생애를 설명하며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곤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국사태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 문제와 사회지도층의 부동산 비리 의혹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이날 행보에 대해 보수의 키워드인 애국‧보훈을 강조하는 동시에 좌우 이념의 틀에서 벗어난 독립유공자 이슈로 유권자들에게 폭넓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중진 의원은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상당히 의미있는 곳에서 시작했다"고 촌평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 장모와 부인의 의혹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늘은 우당 선생을 기리는 날인데, 내가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가 걷는 길은 애국‧보훈‧안보…모호한 정체성 불식시킬 듯


당장 윤 전 총장은 기존 정당에 입당할지 여부나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지 등을 둘러싼 정치적 방향성을 공개하기 보단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윤 전 총장에게 품을 수 있는 '정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이달 들어 보훈‧안보 일정에 집중해왔다. 지난 5일엔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고, 6일에는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 씨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 씨를 잇따라 만나 "보훈이 곧 국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지켜보라며 언급한 '내가 걸어가는 길'이 어느 방향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국민의힘과 가까워질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엔 정치적 방향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침묵이 더 길어졌으면 지지층의 실망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이제 하나하나 사안별 입장을 정리하며 밝히겠다는 뜻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안철수 대표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선명성을 살리지 못해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