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당과 운명 같이 했던 정치인
고려 없이 당밖에 휘둘리는 분위기
文과 각세웠다고 바로 대통령 가나"
당밖의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춤하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격 입당하면서, 이에 자극받은 국민의힘 당내 대권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귀곡천계(貴鵠賤鷄)는 안된다며 당내 대권주자들에게도 관심을 쏟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국민의힘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은 15일 기획조정국을 찾아 당내 경선 예비후보로 접수했다.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서병수 의원)가 기탁금을 3000만 원으로 규정해 지난 12일부터 등록을 시작한 이래, 유력 대권주자 중에서는 처음이다.
안상수 전 시장은 접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어려울 때나 잘될 때나 운명을 같이 한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없이 밖에서 이벤트를 하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휘둘리는 듯한 분위기"라며 "당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쓴소리를 했다.
나아가 당밖 대권주자들을 향해 "문재인정권에 대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대통령으로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당내든 당밖이든 공정한 조건으로 각자의 주의·주장을 내세워서 국민들로부터 평가받는 게 중요하겠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서는 그간 당밖 대권주자들만 바라보는 듯한 모습에 볼멘 소리를 내왔다. 이같은 목소리는 윤석열 전 총장이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가상양자대결에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려와 결합하는 분위기다.
현실정치 경험이 없는 당밖 대권주자가 완주를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들만 귀하게 여기다가 자칫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같은 우려의 저변에는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만 바라보다가 반 전 총장이 스스로 단념하면서 제대로 된 대선을 치러보지도 못했던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당밖 대권주자 완주 못할 수도 있는데…
"귀곡천계…당내 대권주자들 하찮게
여겼다가는 국민께 지지 호소 못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오전에 언론에 보도된 귀곡천계(貴鵠賤鷄)라는 표현에 동의한다"며 "당내 대권주자들을 우리 스스로 하찮게 여기다가 만약 그들로 대선을 치러야할 상황이 되면, 우리 스스로 그동안 귀하게 여기지를 않았는데 국민들에게 지지를 몰아달라고 할 염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귀곡천계란 고니는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는데도 드물게 출현하고 멀리 있다는 이유로 귀하게 여기고, 반면 닭은 꾸준히 달걀을 내놓는데도 가까이 있고 흔해 천하게 여긴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닭'으로 비유된 당내 대권주자들은 실제로 꾸준히 '달걀'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이날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김태호 의원은 "좌파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고 우파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느냐"며 "좌우와 보수·진보의 분열을 끝내고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자 시대적 책무"라고 천명했다.
4선 중진 박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회동한 사실을 공개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이날 반 전 총장을 예방한데 대해 '당내 대권주자인 나는 진작 만났다'는 맞불의 성격이 있다. 또,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위원들과 함께 북한발 해킹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추경안 날치기 주문을 강하게 질타하며 각을 세웠다. 하태경 의원은 남녀공동복무제와 징·모병혼합제의 내용을 담은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5선의 홍준표 의원은 16일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을 찾는다. 홍 의원은 대구시당에서 지역 정치 현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최근 'JP의 희망편지'라는 이름으로 연일 정책비전 또한 발표하고 있다.
이준석, 내주 중진연석회의 소집 준비 지시
당내 대선 예비후보 출석·발언 건의 이뤄져
수용시 당내 잠룡 움직임 더욱 활발해질듯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당내의 볼멘 소리를 들은 듯 당내 대권주자들도 띄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내주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 소집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는 본래 매주 수요일에 열도록 돼 있지만, 이 대표 체제에서 소집되는 것은 선출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내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며 각종 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기회가 주어진다. 경준위는 예비후보에게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 출석 기회를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이같은 건의가 수용되면 당내 대권주자들의 예비후보 접수·등록 동기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