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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탄소중립②]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 기업 숨통 죈다


입력 2021.08.19 07:03 수정 2021.08.18 19:2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산업계 전반에 원가 상승 우려 상존

'직격탄' 철강·석유화학·정유업계 한숨

일자리 감소, 제품 경쟁력 하락 국면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한국경제에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분야에 걸친 탄소 감축 목표가 에너지 다소비 업종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원가 상승을 초래할 있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에서 무리한 감축 목표가 일자리 감소와 국산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산업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억6050만t에서 2050년 5310만t까지 무려 80%를 감축해야 한다. 직접배출은 2757만t, 공정배출은 2553만t으로 각각 제한해놨다.


특히 산업, 수송, 건물 등 부문별 전력화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 기업들 전기요금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산업, 수송, 건물 등 부문별로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대체하는 전력화를 추진하면서 전체 전력 수요가 2018년 대비 200% 이상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라 2050년 발전비용은 2019년 50조7000억원보다 50~100조원 가량, 발전단가도 kWh당 90.1원에서 최대 223.3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면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50~123%에 달하고 발전설비와 최대전력 간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를 비롯한 업계는 이러한 측면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한국경제에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향은 공감하지만 감축 수단으로 지목되는 기술들 상용화 시점이 확실치 않은 가운데 목표만 너무 앞서갔다는 있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경제계는 산업 전반의 저탄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 역시 탄소중립 목표가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해치지 않도록 향후 목표 수립 과정에서 경제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50년 예상 전력 수요·공급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단위 TWh). ⓒ탄소중립위원회

특히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원가 상승에 따른 여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문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계는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무탄소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하려면 68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68조5000억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업계 전체가 5년 동안 번 돈을 전부 투자해야 가능하다. 특히 이번 실적은 전방산업 호조에 힘입어 대폭 향상된 수치라는 점에서 실제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일러 교체 등으로 연료를 전환해야 하는 석유화학·정유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도체·전자·디스플레이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도 에너지전환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내 삼성전자 공장은 지난 겨울 한파로 풍력·LNG발전 설비들이 빙결되자 6주 가량 가동을 멈춘 바 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감축 수단으로 제시한 탄소감축 기술이나 연료 전환 등의 실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내연기관 차량에 공급할 탄소중립연료(e-fuel)는 400ppm 수준의 희박한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공기에서 직접 포집하고 물분해로 생산한 수소와 합성시켜 탄화수소를 만드는 과정으로 생산된다. 이는 에너지 효율이 16% 밖에 안되는 고비용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수송부문에서 94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철, 석유화학, 수송, 발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수소를 투입해 탄소 저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제2안의 경우 2770만t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수소가 필요하다. 그 중 81.5%를 수입에 의존하겠다는 계획은 에너지 안보와 무역수지 측면에서 매우 불합리하다.


국내 탄소중립 정책의 민관합동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할 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2050년이면 내연기관차는 사실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1안과 2안에서는 내연차·하이브리드 비중을 24%로 남겨뒀지만, 3안에서는 잔여 내연차는 3% 미만에 불과하다. 전기차 및 수소차가 97% 이상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다.


현대차 기준 전체 생산량에서 내연기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95%다. 나머지 5% 정도가 전기차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는 이유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특징은 자동차의 개발, 생산, 판매가 수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급격한 기술 변화와 업종 간 융복합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중립을 위한 자동차업계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할 제도와 정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이지만 단기간에 쉽지 않은 만큼 단계적인 접근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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