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방송 뷰] ‘매운맛’ 쫓다 길 잃는 드라마·예능들


입력 2021.09.05 09:00 수정 2021.09.04 16:49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무리수 전개로 혹평 유발한 ‘펜트하우스3’

갑분 서바이벌된 ‘펜트하우스3’ 향한 아쉬운 반응들

알맹이 없이 자극도만 높여 흥미를 이끌려는 드라마, 예능들의 시도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SBS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가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시즌인 ‘펜트하우스’가 방송되면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막장 드라마 단골인 출생의 비밀은 기본, 온갖 배신과 악행이 난무하는 거침없는 전개를 보여줬다. ‘매운맛’을 넘어 ‘마라맛’ 전개라는 평가를 들으며 세대 불문 뜨거운 관심을 유발했었다.


막장 드라마인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중, 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의 관심까지 유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즌1 당시에도 폭력에 대한 묘사가 노골적이라는 지적 등 자극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을 뒤엎는 반전 전개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단점을 지웠었다.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혹평은 늘어갔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던 반전도 시즌이 거듭되면서는 그 강도가 낮아졌고, 점점 새로운 자극을 찾다 보니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시즌3 방송 초반 과한 스타일링으로 인종 차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고, 주인공들의 참혹한 죽음이 반복되면서 자극성만 남게 됐다는 비판을 유발했다. 알맹이 없는 자극성은 흥미를 오히려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됐다.


예능프로그램들도 새로운 자극으로 흥미를 유발하려다가 오히려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아쉬운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대표적인 예다. 어려움을 겪는 요식업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백종원의 이야기를 담아 온 ‘골목식당’은 최근 서바이벌이라는 경쟁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동안 골목상권 살리기에 힘을 써 온 백종원이 이번에는 새로운 먹거리 상권 조성에 나섰고, 최종입점자를 서바이벌을 통해 가려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진행은 새로운 상권 조성이라는 선한 의도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최근 회차에서는 요리 실력만이 아닌, 판매 실력도 평가하겠다며 참가자들에게 LED 마우스피스, 잔디 슬리퍼, 영화 ‘기생충’ 포스터 패러디 안경 등 엉뚱한 물건을 팔게 했다. 장난 같은 물건에 판매 환경도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참가자들은 무리한 호객 행위를 하게 됐고, 이것이 과연 참가자들의 다양한 자질을 평가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최근 ‘골목식당’이 패턴화 된 전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꺼내 든 새로운 카드였지만, 무리한 전개는 새로운 상권 만들기라는 선한 의도마저 무색하게 했다.


현재 Mnet에서 방송 중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자극적인 구성으로 알찬 알맹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잔혹한 스트릿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 댄서들의 자존심을 건 생존 경쟁을 담은 이 프로그램에는 YGX, 라치카, 웨이비, 원트, 프라우드먼, 코카N버터, 홀리뱅 등 화려한 경력의 실력자들이 출연 중이다. 그들의 무대와 정당한 대결을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흥미가 있음에도, 그들의 갈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MBC ‘나 혼자 산다’가 극적인 전개를 위해 깜짝 카메라라는 설정을 활용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 웹툰 연재를 마친 기안84의 마감 여행을 다룬 회차에서 전현무와 기안84가 선발대로 여행을 떠났고 이후 박나래, 샤이니 키, 성훈 등 다른 출연진이 합류하는 것으로 소개됐으나. 이는 기안84를 향한 깜짝 카메라였던 것이다. 당황하는 기안84의 모습을 보며 출연자들은 웃었지만, 시청자들은 왕따 당하는 피해자를 보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다.


극적인 전개도 잘만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알맹이 없이 자극적 포장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쉽게 탈이 나곤 한다. 최근 미디어에 센 방식을 의미하는 ‘매운맛’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지만, 자극으로만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증명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