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했어요’ 10월 3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배우 이호연은 2016년 ‘서울할망 정난주’로 무대에 오르기 시작해 ‘오! 캐롤’ ‘지붕위의 바이올린’ ‘올댓재즈’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사랑했어요’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고(故) 김현식의 노래로 엮은 이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그는 특파원, 비엔나 카페 직원, 음악학교 학생, 조문객 등을 연기한다.
무대 위의 캐릭터는 배우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하는가에 따라 생명력이 부여되곤 한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이호연 역시 작은 역할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특히 이호연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속 모든 소소한 일들에서 ‘행복’을 찾으면서, 자신의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뮤지컬 ‘사랑했어요’의 두 시즌을 모두 함께 하게 됐네요?
네, 2019년도에 이어 이번 시즌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초연 때는 전에 공연을 함께 했던 형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통해 감사하게 합격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은 다른 작품 연습 중에 연락을 받아 이번에도 함께하자는 감사한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은 역할도 추가되고, 음악도 새롭게 편곡되었고, 스토리도 조금 바뀌었어요. 전체적으로 큰 변화라기보다는 초연의 뼈대들에서 살들이 조금 더 붙어 관객 분들께서 편안하게 보실 수 있게 달라진 거 같아요.
-두 번째 참여인 만큼, 극을 이해하는 깊이도 더 깊어졌을 것 같아요.
두 번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달리 느껴지는 부분들이 큰 것 같아요. 하하. 개인적으로는 초연 때부터 ‘사랑했어요’에서 관객분들께 전달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전에는 극중의 남녀주인공들의 사랑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사랑’에 대한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함께 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 같고요. 관객분들도 작품을 보시면서 사랑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웃음).
-극중 어떤 캐릭터들을 맡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특파원, 비엔나 카페직원, 음악학교 학생, 수상한사람들, 조문객 등등 여러 역할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엔나 카페 직원이 가장 애착이 가요. 초연 때부터 맡아왔던 역할이기도 하고 극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라서 재밌고 행복함을 많이 느껴요.
-연습 과정이나,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혹은 인상 깊었던 순간들도 있을까요?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커튼콜을 하는 순간은 항상 가슴에 남는 것 같아요. 어려운 시국임에도 보러와 주시는 관객분들께서 박수를 쳐주실 때 스스로 ‘잘했나, 부족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과 함께 말로 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이 교차해서 오묘하더라고요.
-배우들끼리의 호흡은 어떤가요?
많은 캐스트들이 있어 매일 보기는 힘들지만, 다른 캐스트들이 올 때마다 너무 반가워요. 저희는 팀워크에 좋은 ‘컵차기’를 하면서 다 같이 몸을 풀어요. 덕분에 무대 위에서도 저희의 팀워크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사랑했어요’의 앙상블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요?
반짝반짝 빛나는 별 같아요! 별은 하나여도 예쁘지만 많은 별들을 한꺼번에 보면 더 예쁘잖아요. ‘사랑했어요’ 앙상블은 모여 있을 때 가장 빛이 나고 시너지를 내는 거 같습니다.
-앙상블로서의 고충도 있나요? 가장 보람된 순간은요?
아무래도 공연을 매일 해야 하는 상황이니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작품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은 처음 보시는 분들이 대다수이기에 힘든 부분도 정신적으로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가장 보람 된 순간은 ‘오늘도 공연하러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 갈 때가 가장 보람차요. 요즘 시국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연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제가 바라던 직업으로 생활하고 있음에 뿌듯함도 동시에 느낍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루틴이 있나요?
무대 오르기 전 항상 혼자 기도를 해요. 공연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우리 팀 모두가 지칠 수 있는 가운데 힘을 주시고 함께해 달라고요. 무대는 배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스태프, 배우, 관객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기도를 마치고 ‘이제 나만 잘하면 돼’라는 신념으로 무대에 올라요.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다른 동료들을 믿는 거예요. ‘나만 실수하지 않고, 나만 잘 하면 우리 공연은 오늘도 무사히 잘 끝날 거야’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답니다.
-이호연 배우의 과거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뮤지컬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요?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음악을 많이 접했어요. 성가대를 하면서 솔로도 해보고 합창도 해보면서 재미를 느껴 자연스레 음악과 가까워졌고 중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면서 음악과 조금 더 가까워진 거 같아요. 연기는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관심을 느끼기 시작했고요. 제 감정을 표현하고 표출하는데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연기에 흥미를 붙였고 아직까지도 가장 많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뮤지컬 전공을 했는데, 사실 학교를 늦게 들어갔어요. 꿈이 없었거든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어떤 직업으로 살아야 할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TV를 보는데 문뜩 배우들은 다양한 직업 속에 사는 거 같아서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등록한 입시학원에서 뮤지컬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노래 부르는 걸 워낙 좋아했던 터라 뮤지컬을 하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꽤 많이 충족시켜주겠다 싶어서 뮤지컬 전공을 택하게 됐습니다.
-2016년 ‘서울할망 정난주’으로 데뷔하셨죠. ‘사랑했어요’에 참여하기 전, ‘올댓재즈’ ‘오! 캐롤’ ‘지붕위의 바이올린’ 등의 작품들에 출연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음, 너무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하나만 고르기가 어렵네요. 하하. 모든 작품 속에서 모두가 하나 되어 행복했습니다만, 하나만 고르라면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작품이 엎어지면서 1년 동안 쉬면서 슬럼프를 겪었거든요. 그런데 감사하게 서울시 뮤지컬단 측에서 객원멤버로 불러 주셔서 고전 명작을 공연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서울시 뮤지컬단의 특성상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코로나로 공연계가 힘들어지면서, 많은 배우들이 슬럼프를 겪는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그런데 사실 전 슬럼프를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감정이 밀려올 때 최대한 그 감정을 배제시키는 편이죠. 주로 작품이 끝날 때 즈음 다음 작품이 없으면 그 불안함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이게 아니면 어때’라는 생각과 다른 한쪽으로는 ‘더 좋은 작품 만나고 잘되려고 없는 걸 거야’ 하면서 이겨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로 작품이 엎어지면서 제대로 슬럼프를 맞닥뜨린 것 같아요. 다행히 주위 동료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서로 위로도 해주고, 같이 운동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스터디도 하면서 항상 꾸준히 무언가를 하며 버텼던 거 같아요. 혼자였다면 절대 이겨내지 못했을 거예요.
-스스로 자기PR을 해보자면요?
참 쑥스러운 질문입니다(웃음). 먼저 저는 대본을 볼 때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인 거 같아요. 그래서 이해가 될 때까지 대본을 계속 봐요. 볼 때마다 안 보이던 게 새롭게 보일 때가 있어서 신기하고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그런 점들이 무대에서 강점으로 드러날 때가 있는 거 같아요.
또 얼굴에 선악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제 첫인상도 ‘차갑다’ ‘부드럽다’ 두 방향으로 많이 나뉘는데요. 캐릭터적으로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는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저의 강점인 거 같습니다.
아! 가장 중요한 건, 제가 동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학생 역할도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하겠죠? 하하.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혹은 캐릭터)이 있다면?
‘빨래’에 ‘솔롱고’도 해보고 싶고 ‘어쩌면 해피엔딩’에 ‘올리버’도 해보고 싶어요. 저는 소극장 뮤지컬을 참 좋아하는데요, 대극장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하면서 담백한 느낌들이 있는 거 같아요. 물론 대극장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요. 하하.
-롤모델도 있나요?
배우 조승우 선배님과 공유 선배님이 제 롤 모델이에요! 두 분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매체나 공연장에서 본 선배님들의 공통점이 부드러움 속의 강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부드러움을 유지하며 강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호연 배우의 최종 목표는요?
사람 이호연으로는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찾으며 항상 겸손한 사람으로 사는 게 최종 목표고요.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은퇴하기 전까지 배우의 길을 오래오래 걷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배우는 마음으로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더 성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