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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한승연 "흥행·시청률보단, 의미있는 작품으로 다가가고 싶다"


입력 2021.09.22 11:20 수정 2021.09.19 14:2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쇼미더고스트' 예지 역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


한승연이 청춘의 고민을 담은 '쇼미더고스트'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다. 한승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청춘'이라는 단어가 절로 연상되는 작품들이 대다수다. JTBC '청춘시대', 채널A '열두 밤', 웹드라마 '인생덤그녀'에서 청춘의 고민을 유쾌하게 혹은 사랑스럽게 표현해갔다. 이번에는 '쇼미더고스트'를 통해 완벽한 스펙을 갖췄음에도 지방대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하는 예지를 연기했다.


'쇼미더고스트'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절친 예지(한승연 분)과 호두(김현목 분)가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맞서 귀신 퇴치에 나서는 내 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다.


한승연은 '쇼미더고스트'를 스낵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자본이 많이 투자돼 볼거리가 많은 영화보다는 소소하게 누구나 베어 물 수 있는 스낵처럼 누구나 친근하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가볍지는 않다. 청춘들이 처음으로 성취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기분 좋은 응원을 부른다.


'쇼미더고스트'는 첫 장면부터 한승연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취업에 낙방한 후 친구 호두(김현목 분)의 편의점에 와서 비를 홀딱 맞은 채로 울분에 섞인 하소연을 쏟아낸다.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첫 장면인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


"늦가을이라 날씨가 추웠어요. 패딩을 입었어야 하는 날씨였는데 살수차로 비를 엄청 뿌렸거든요. 영화의 전반적인 매력과 집중도를 끌어모아야 하는 장면이라 꾹 참고 연기했어요. 예지가 회사에 떨어져 절망감에서 절규하는 걸 소리 내서 말하다 보니 제 과거의 경험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절로 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하기 조금 수월했어요."


그는 카라가 활동을 중단한 이후 배우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스크린 첫 주연작 '쇼미더고스트'를 만났다. 장편영화 주연을 맡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왔던 한승연은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 때문에 부담도 컸다.


"시작하기 전에 생각이 조금 많았어요. 지금까지 배우로서 대중에게 신뢰를 드린 것도 아닌데, 이 영화를 책임질 만큼의 사람인가 싶었죠. 또 내가 출연하면서 영화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혹시나 부족하지 않을까란 우려도 있었고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한 후에는 예지를 찰떡같이 표현해야겠다란 생각을 더 했어요.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요. 대사는 정해져 있지만 사소한 행동들을 제가 설정해나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했어요."


"성취감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씨앗을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실에 벽에 부딪치지만 친구들과 연대해 의욕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거대한 재미와 웃음을 드리기보단 그냥 픽 하고 '재밌었네' 정도란 반응만 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한승연은 2007년 카라로 데뷔해 가요계 정상을 누렸지만, 데뷔 초에는 무명의 시절을 겪었다. 한승연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카라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주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왔던 한승연은 예지의 마음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저도 회사처럼 압박면접 등은 없었지만 항상 누군가의 선택을 항상 기다리는 입장이었죠. 이 점이 고용해 주길 기다리는 취준생들과 공통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달려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실망하는 예지의 마음도 공감하고요. 그래서 예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어렵거나 힘들진 않았죠."


'쇼미더고스트'는 저예산영화로, 짧은 회차로 영화가 진행됐다. 평소 꼼꼼하게 자신의 것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운다는 한승연으로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이 걱정스럽기도 했다고. 그러나 그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이 영향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부담과 압박을 받긴 하지만 그런 것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눈치 보고 신경 쓰이는 게 있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럴수록 현장에 빨리 익숙해지고 여러 가지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지와 현목이 셀프 퇴마로 시작했지만 귀신의 사정을 알고 천도재를 지내주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들은 우스갯소리로 '퇴마 업체 창업을 할까'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전과 똑같이 그러고 살아가지 않을까요?(웃음) 다들 결핍을 하나씩은 있잖아요. 이루어지지 않은 목표나요. 그런 걸 안고 사는 게 인생 아닐까 싶어요. 사실 영화 끝날 때까지 현실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어요. 이 친구들이 퇴마 창업을 한다고 잘 될까요?(웃음) 도전 한다는 게 값진 것 같아요."


한승연은 예지 역할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았다. 한승연은 대중과 만날 수 있고,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작품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제가 맡은 캐릭터로 살아가면서 행복하고 싶어요. 시청률이나 흥행은 제가 고려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소수의 사람들만 보더라도 의미 있는 작품을 더 좋아해요. 그게 공중파든, 독립영화든, 저예산영화든 그런 건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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