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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현장]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퀴어 영화→정상성 이데올로기 깨는 '티탄'까지


입력 2021.10.13 13:12 수정 2021.10.13 13:1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1월 4일 개막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퀴어 영화 뿐 아니라 '정상'이라고 정의되는 이데올로기를 깨는 영화들까지 다루며 가치를 확장했다.


왼쪽부터 샘하비, 김조광수 집행위원장ⓒ데일리안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아트나인에서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진행돼 김조광수 집행위원장, 김승환 프로그래머, 이동윤 평론가, 탈핵신문 김현우 운영위원장, 주한영국문화원 샘하비 원장이 참석했다.


서울프라이드영화제는 국내외의 뛰어난 작품성을 갖춘 다양한 퀴어영화를 선보이고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문화 축제를 만들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9년 국제 영화제로 승격 됐으며 2020년 개최 10주년을 맞았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사안이 엄중해서 영화제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올해 관객들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영화제가 조금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개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32개국 124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백승빈 감독의 '안녕, 내일 또 만나'다. '안녕, 내일 또 만나'는 열일곱 살 동준이 유일한 친구 강현의 추락을 목격한 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로 세 가지 평행우주에서 40대가 된 또 다른 자신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폐막작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이다. 2021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티탄'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슬픈 아버지와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폐막작 '티탄'은 여성 서사로 분류되지만 성소수자 영화는 아니다. 이와 관련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폐막작 '티탄'은 성소수자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폐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런 영화를 통해 정상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깨는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걸 통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뉴프라이드, 아시아 프라이드, 월드 프라이드, 코리아 프라이드, 스페셜 프라이드, 오픈 프라이드 프로그램 섹션으로 이뤄졌다. 이 중 뉴라이프 섹션은 올해 신설됐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다. 올해 뉴프라이드 섹션을 신설했다. 성소수자 인권 권리 향상을 위해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주제를 선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문화 다양성과 영화제 본질에 맞게 신인 감독을 발굴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올해의 프로그램 흐름을 보면 전통적인 퀴어 영화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과거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 커밍아웃, 가족 간의 갈등이 그려졌다면 최근에는 성소수자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소개되고 있다"라고 올해 출품작들의 흐름을 설명했다.


배우 연기상 부문도 신설됐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한국에서 배우가 퀴어 영화에 출연하기 환경은 여전히 쉽지 않다. 과거보다 편견이 없어졌다고 말하지만 얼굴이 알려졌거나, 배우로서 퀴어 영화가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배우들도 많다"면서 배우상을 수여하며 배우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마스터 클래스 첫 운영이다. 첫 주자는 민규동 감독이다. 민규동 감독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끝과 시작', '여고괴담 두 번재 이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 '열일곱' 등 총 다섯 작품이 상영된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하고 싶단 생각을 해왔다. 민규동 감독님으로 결정한 이유는 본인이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퀴어영화를 가장 많이 만든 감독님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퀴어영화는 본인이 성소수자이거나, 독립영화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상업영화 범위 안에서 대중적인 영화에 퀴어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녹여왔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민규동 감독을 초대 마스터 클래스 주인으로 정한 배경을 말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2019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퀴어영화사'를 발간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퀴어영화들을 발굴하고 미래를 그렸다. 2020년 '트랜스젠더영화사'에 이어 올해는 '레즈비언영화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윤 평론가는 "퀴어영화에 등장한 레즈비언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여성 영화 안에서 레즈비언이 논의 된 바 있지만, 영화 주체를 넘어 레즈비언으로 재호명하는 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 여성으로 겪게되는 폭력, 모순을 넘어서 동성애자로 겪게되는 편견과 왜곡의 지점들을 담아 책에 담고자 했다. 한국 레즈비언영화들이 틀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는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독립영화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프라이드영화제는 올해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철저한 방역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11월까지 이어질 상황을 대비하여 철저한 방역 수칙(발열 체크, 방문 기록, 손 소독, 마스크 항시 착용, 거리 두기 등)을 준수할 예정이다.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11월 4일부터 11월 10일까지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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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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