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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대응, 수사권 독립 함몰돼 민생 등한시 한 탓…靑 엉뚱한 소리 그만"


입력 2021.11.24 05:10 수정 2021.11.23 20:35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법조계 "확대된 권한 걸맞은 실력·성과 보여줘야 신뢰 회복 가능"

"청와대부터 국가기강 물러 터지고 기본 지키지 않으니 검경, 나사 풀려"

"정치놀음이나 하는 자들, 전원 옷벗긴다 각오로 공직기강 바로 세워야"

경찰청 전경 ⓒ뉴시스

경찰이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신변보호 여성 피살' 등 사건에서 잇따라 부실한 대응을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오히려 민생치안·수사력 약화 논란이 잇따르면서 불신만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이 스토킹 피해로 신변보호 중이던 전 연인을 흉기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긴급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과 기술적 문제까지 겹쳐 참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15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범행 현장에 경찰관이 있었음에도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되레 자리를 이탈했고, 경찰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 가족은 스스로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경찰의 최우선 의무는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인 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경과 여경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기본자세와 관련한 사항"이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의 부실대응 원인은 딴 데 있는데 청와대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문제의 본질은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통한 권한 확대에만 정신이 팔려 민생치안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경찰 수사부서는 수사권조정 이후 더욱 업무 부담이 늘어 경찰대 출신 등 유능한 수사관들이 전부 도망갔다는 소문이 있다"며 "소원대로 경찰 수사권이 독립됐지만, 민생치안은 불안하고, 범죄피해자 보호는 효과적이라는 소식은 없고, 고소 사건은 종전보다 5~6배 시간과 노력이 들면서 해결도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에서 벗어나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업무량이 많이 늘어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수사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1월~7월) 사건 1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62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7년 44일 대비 41%나 급등한 수치다. 연이은 격무 탓에 수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수사의 질도 떨어진 탓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올해 잇따른 경찰의 초동대처 실패 및 부실수사 논란도 이 같은 비판을 뒷받침한다. '20개월 여아 살해 아이스박스 유기 사건' '故손정민 씨 한강 사망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건' 등 여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에서도 경찰의 미흡한 대처는 재차 도마에 올랐고 수사 결과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겨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에서도 부실대응 문제는 반복됐다. 경찰청은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로부터 화천대유와 관련한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됐다는 첩보를 넘겨받았지만, 5개월 동안 수사 전환 없이 내사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뭉개기' 논란을 빚었다.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초기 판단이 잘못된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잇따른 와중에도 경찰청은 지난 7월 '수사권개혁 입법 시행 6개월' 분석자료를 내놓고 "수사권개혁에 따른 제도와 절차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민생치안의 영역에서 실책을 반복하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검경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으로 경찰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경찰은 오히려 실망감만 안겨줬다"며 "경찰은 권한이 확대된 만큼 그에 걸맞은 실력과 성과를 보여줘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청와대부터 국가기강이 물러 터지고 기본을 지키지 않으니 검찰, 경찰 할 것 없이 국가를 떠받치는 조직들이 나사 풀린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적 사명과 책임에 소홀한 채 정치놀음이나 하는 자들은 전원 옷 벗긴다는 각오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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