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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문화·예술②] ‘내 이야기’로 ‘쓸모’ 찾은 할머니, 소통하는 중년 남성들


입력 2021.12.24 14:39 수정 2021.12.24 15:2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예술 활동 통해 꿈을 찾거나, 삶의 가치 높여…공감대 형성도”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의 할머니들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내려간 시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었다. 지난 2015년 첫 시집 ‘시가 뭐고?’로 북콘서트까지 열었던 할머니들은 이듬해 두 번째 시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 머’까지 출판하며 어엿한 시인이 됐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

칠곡군 내 18개 마을의 ‘성인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할머니 89명의 시가 수록된 시집 ‘시가 뭐고?’가 준 감동은 컸었다. 사투리까지 그대로 담긴 할머니들의 시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솔직해서 웃음 나는 표현들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을 울다가 웃게 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표현이 없어도, 삶이 곧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 문화예술교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국민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은 27.3%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정규·비전공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예술을 접하거나 온라인교육, 생활기반시설이나 사설 기관, 동아리나 동호회, 국가 및 지자체의 문화예술기관 등을 통해 교육을 받았다. 강사 및 관계자들은 이러한 교육의 긍정적 효과로 먼저 당사자의 ‘변화’를 꼽았다.


광주에서 20년이 넘게 지역 주민들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는 북구문화의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자신의 인생으로 이야기를 직접 만들고, 이것을 아이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들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직접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 이야기를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극으로 바꾼다. 아이들에게 맞게 각색까지 한 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할머니들이 극의 형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연기를 가미해 직접 들려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곧 작가이자 배우가 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 할머니는 60살 이상이 되면서부터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았는데, 이 경험을 해보고 너무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가진 경험을 더 나누고 싶어서 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을 살려 주민들에게 생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를 해보기도 했다. ‘쓸모’를 찾아가는 교육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의 학교, 사회문화 공간에서 연극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5년 차 예술 강사 김설아 씨도 영상촬영 수업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보여준 한 아이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거친 행동으로 표현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영상촬영 수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에 욕심을 내길래 맡긴 적이 있다”라며 “피드백을 정리해 매 수업 이야기를 해줬더니 수업 전에 교실 앞에서 먼저 기다리기까지 하더라. 아이들이 보여준 마음의 변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행동 하나로 생각을 정해버리는 것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며 가족 또는 이웃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문화예술교육의 장점이 되고 있다.


북구문화의집 관계자는 성인 남성들과 진행한 시골살이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시골에 빈집을 구해다가 거기서 시골살이를 하는 커리큘럼을 시도해봤다. 그 안에 우드카빙과 같은 목공을 배우고, 요리를 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성인 남성들도 관계 맺기에 목말라 있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동아리 형태로 이어져 도마 만들기와 같은 클래스들도 하고 있다. 그들 역시도 타인의 이야기나 마음을 궁금해하는 걸 보며, 문화예술교육이 이러한 것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분야의 8년 차 예술 강사 심은혜 씨는 문화예술교육의 장점에 대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꿈을 찾거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경우들이 많다. 나부터도 입시공부에 치여 삶의 의미를 잃었던 고등학생 시절 이후 문화예술 활동을 만나 꿈과 희망을 찾았다”면서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을 체험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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