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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이재명 '손익계산서'는?


입력 2021.12.25 01:00 수정 2021.12.25 00:01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文, 대선 75일 앞두고 전격 朴 사면 결정

與, 외연 확장·국민대통합 기대 속 지지층 이탈 우려 목소리 공존

정치권, 尹에 더 악재·여권이 더 분열 의견 분분

李, '반대 기조' 지키되 文 결정 존중하며 '정치적 절충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3·9 대선을 75일 앞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중도·보수층 외연 확장 및 국민대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이재명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사면 결정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며, 은근한 '정치적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조승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다만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발표' 후 기자들과 만났을 땐 '사면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미 결정 난 사안에 대해 찬반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줄곧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만큼, '반대 기조'는 지키되 문 대통령의 결정은 존중하는 선에서 '정치적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결정될 때까지 청와대와 이 후보·당 지도부 간에 사전교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이번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의 헌법적 권한으로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다만 "(12월 8일) 발을 다친 뒤로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없고,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도 사면 내용을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 처음 인지한 것으로파악됐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새벽에 기사를 접하고 난 뒤에 측근들과 사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논의했을 정도로 전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께서 국민대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리신 것으로 보인다"며 "사면 목적은 국민대통합인데, 이걸 가지고 정치적 유불리는 따지는 것은 천박한 것"이라고 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건강 악화에 따른 인도적 배려의 결과로 보는 게 맞다"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다. 문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영찬 의원도 "사면 결정은 인도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며 "헌법적 권한에 대한 대통령님의 고뇌와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반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최순실 저격수'로 통했던 선대위 총괄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면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며 "우리가 겨울 광장에서 왜 촛불을 들었나. 안타까운 심정의 성탄절 이브"라고 했다.


김용민 최고위원도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며 문 대통령의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 선대위 사회적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형배 의원도 "원칙과 정치공학 두 부분 모두에서 박근혜 사면은 잘된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당내에선 지지층 이탈의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핵심 지지층의 경우 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섭섭함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핵심 지지층 이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보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더 큰 악재"라며 "윤 후보는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계로 구성된 선대위 조직에 얹혀 있기 때문에 사면으로 일부 지지층 이탈 가능성이 꽤 있지만, TK(대구·경북) 출신 이 후보는 '이탈표 이삭줍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선 중도층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는 있지만, 투표로 직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야당보다는 여권이 더 분열되는 모습"이라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 열린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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