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출연진 논란에 제작진 책임론 불거져
'출연자 보호' 강조했던 제작진은 어디로?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프로그램들 중 논란 없이 끝난 방송을 찾긴 쉽지 않다. 방송의 형식과 문법에 익숙지 않은 출연진이 불러오는 돌발 상황은 재미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한 끗 차이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현재 방영 중인 SBS PLUS ‘나는 솔로’도 이런 비연예인 예능프로그램의 고질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나는 솔로’는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1기부터 3기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마니아층을 넓혀오다 최근 4기 방송 중 문제가 불거졌다. 방송상으론, 영철이 정자와의 데이트 도중 공격적인 말투가 시발점이 됐고, 이후 정순이 영철의 무례함을 지적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프로그램 전체를 휘감았다.
영철은 방송 이후 본인의 SNS를 통해 정자와 정순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렸고, 정순 역시 “공격적이고 수치심 생기는 언행들을 공개할 순 없지만 4박5일 동안 버티기 힘든 경험이었다”며 상담 및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중이라고 영철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 역시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며 갈등을 이어갔다.
출연진간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이 싸움은 이들을 응원했던 네티즌으로까지 옮겨갔다. 네티즌은 이들의 신상을 털고, 각종 논란의 소스를 온라인으로 퍼 나르기에 나섰다. 한 출연자의 남혐 의혹이 대표적이다. 더해 스포일러성 글 작성 의혹과 이로 인한 또 다른 출연진들 사이의 미묘한 설전도 이어졌다.
방송 내내 시끄러웠던 ‘나는 솔로’ 4기의 마지막 방송이 끝난 시점까지도 출연진의 SNS를 통한 저격성 발언과 폭로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외부적 이슈들이 더 부각되면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그들의 ‘사랑 찾기’에 몰입하기보다, 싸움 구경을 하는 느낌으로 방송을 지켜봐야 했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극사실주의’로 과정을 담겠다고 하지만 제작진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엔 의문이 남는다. 제작진은 방송 내내 불거졌던 논란들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4기의 최종 선택을 끝으로, 또 다시 다음 출연진인 5기 모집에만 적극적으로 나섰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제작진의 간섭이 최소화되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거나, 취지를 훼손하는 장면들에 대해 편집과정에서 이를 바로잡는 것 역시 제작진의 몫이다.
혹자는 편집이 들어가면 ‘조작’이 아니냐고 날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실 관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출연진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하다못해 최초 문제가 됐던 장면에 대한 전후 상황설명을 더하거나, 편집을 통해 일부 장면만 덜어냈더라도 지금과 같은 논쟁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일이다.
심지어 출연진 대부분이 ‘편집’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방송 이후에도 출연진을 향한 마녀사냥과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고 급하게 해당 방송분을 마무리 짓는 것이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는 말이다.
이런 태도라면, 다음 출연진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출연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실제 이름이 아닌 ‘정자’ ‘영철’ ‘정순’ 등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제작진이 정작 출연진이 공격 받는 상황이 오자 뒤로 숨어버리는 모양새다. 이쯤 되니 가명을 사용하는 것 또한 정말 출연진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