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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 “빙하 시계, 늦춰질 수 있다”


입력 2022.01.14 14:45 수정 2022.01.14 14:45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빙하 녹은 융빙수, 붕괴속도 늦춰”

연구팀, 융빙수 새 역할 찾아내

서남극 빙하 인근서 ‘자기방어능력’ 확인

서남극 지역에서 빙하 녹은 물인, 융빙수가 빙붕의 붕괴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1, 2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스웨이트 빙하와 파인아일랜드 빙붕 인근 바다에서 직경 40km의 소용돌이를 추적해 융빙수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극지연에 따르면, 빙붕(ice shelf)은 남극 대륙빙하와 이어진 수백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로, 바다에 떠 있으면서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학계에서는 융빙수가 빙붕 하부와 주변 해양의 순환을 도와 남극해 밖의 따뜻한 물을 빙하 아래로 더 많이 끌어들이고, 빙붕 붕괴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극지연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경북대·서울대·미국 휴스턴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이 같은 융빙수의 역할을 현장 탐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인근지역을 탐사 중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극지연

연구팀은 소용돌이는 융빙수가 유입돼 형성된 것으로, 반시계방향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했다며 소용돌이가 반시계방향으로 돌 때 차가운 융빙수가 내부로 모이는데, 외부에서 온 따뜻한 물이 춥고 좁아진 이 구간을 지나면서 열을 뺏긴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관측결과, 수심 400~700m에서 해수의 열용량은 12% 감소했으며, 빙붕 하부가 녹는 속도도 그만큼 늦춰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차가운 융빙수가 빙붕 하부로 유입되는 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다각도로 관련 자료를 획득해 이번 연구결과를 얻었다. 이어 인접한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에서도 현장 탐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12일 뉴질랜드를 출항했다.


이 같은 ‘자기방어 능력’에도 불구하고 서남극 빙하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스웨이트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전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cm 오르고 서남극 다른 빙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서남극 빙하가 모두 바다에 빠질 경우, 해수면은 5.28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극지연은 해양수산부 연구과제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스웨이트 빙하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ITGC (International Thwaites Glacier Collaboration)에 참여해 미국·영국 등과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원상 극지연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지구는 자기방어 능력으로 지구온난화에 저항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남극은 빠르게 녹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수면 상승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빙하의 움직임을 추적, 관찰하겠다”고 전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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