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시받아 불법행위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회사 이익 대변하려 노력"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이 생전 작성한 편지가 공개됐다.
김 처장 유족 측은 19일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었다며 김 처장이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쓴 편지와 경위서, 징계의결서 등을 공개했다.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란 제목의 노트 2장 분량의 편지는 그가 숨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말께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그가 윤정수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이며 유서는 아니다.
편지에는 "너무나 억울하다.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침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처장은 "그 결정 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아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맞서며 회사(성남도개공)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고, 그들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10월 6~7일 양일간, 13일 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회사 일로 조사받는 저에게 어떠한 관심이나 법률 지원이 없는 회사가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전문 변호사의 선임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김 처장은 지난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대장동 사건이 불거져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된 데 착잡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대장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직장생활 마무리를 정말 멋지게 해보고 싶었다"며 "회사에서 하라는대로, 회사가 정한 원칙대로 물불 안 가리고 성과 내려고 했는데 조사받는 지금은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이어서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조사받으러 간 검사실에서 성남의뜰 비상근 이사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대형로펌 변호사와 왔고 나는 혼자였다"며 "공기업 직원이 개인 일 한 것도 아니고 회사 일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21일 오후 8시30분께 성남도개공 사옥 1층 사무실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성남도개공 직원들이 김 처장 가족들로부터 김 처장과 연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 등을 돌아보다가 그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