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계획 발표되자 "법치의 반대 인치!"…尹 저격 의도?
"법무부 장관 직분이 무엇인가요?" "그 많은 사건 뭉개고 인치 타령?"…비난 댓글 쇄도
임은정 검사에 "SNS 신중했으면 좋겠다" 하더니…정작 본인이 SNS 발언으로 거듭 논란
고영주 변호사 "민주당 이익 위해 몸소 나서자는 정치인적 사고 작용…전통적 법무부 장관 아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중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SNS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 장관은 지난 20일 오후 1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치의 반대 인치!"라는 짧은 글과 함께 자신이 직접 적은 '인치(人治)' 붓글씨 사진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힌 지 2시간 만에 올라왔다는 점에 비춰 윤 당선인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인치는 '지도자의 의지에 따른 정치'를 일컫는 것으로, 법에 기초한 정치인 '법치'와는 대비돼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박 장관을 비난하는 댓글이 200건 넘게 쇄도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김용*'은 "법무장관 직분이 무엇인가요, 직무를 충실히 하세요"라고 질타했고, 또 다른 사용자 '김기*'는 "장난합니까? 그 많은 사건 뭉개지도록 뭐하고 인치 타령을?"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박 장관의 직무수행과 자중을 촉구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박 장관이 SNS에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박 장관은 지난해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SNS를 통해 의중을 드러내는데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지만, 정작 본인이 SNS를 통해 거듭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러 침공 예측 못하고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장관은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올린 것이다. 아무 뜻이 없었다"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지리산을 방문한 사진을 올린 뒤 "잠시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마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법무장관이 코로나 시국에 한가하게 여행 다녀도 되느냐" 등 비난하는 댓글이 100건 이상 달렸고, 충남 홍성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산되는 초비상 와중에 법무장관이 사적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은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아빠찬스' 논란에 대해서도 "김진국 수석은 투명하다"며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피의사실 공표하면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 제도 개선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적었다가 '이중잣대' '진영논리' 사고를 드러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처럼 박 장관이 SNS로 숱한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보단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법무부 장관직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수' 의원으로 활동하던 박 장관은 정치 논리에 더 충실한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인 고영주 변호사는 "애초 박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검찰을 장악하라는 목적에 임명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법질서를 수호하는 전통적인 법무부 장관 개념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다"고 힐난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박 장관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SNS를 계속하는 것은 우리 당의 이익을 위해 몸소 나서 선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정치인적 사고방식이 작용한 탓"이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비호하고 상대 측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똑같은 언행이라도 자기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박 장관의 '내로남불'식 언행은 결국 정치인의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있는 동안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한 SNS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