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발전사 사장 불만 표시…박모 국장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산업부,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사유’로 종용…사직서 제출 다음 날 인사 발령
검찰, 발전4사 외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4곳도 압수수색 단행
야당 “산업부, 대검에 이명박 자원외교 수사 의뢰하며 산하기관 사장 4명에게 사표 압박”
산업통상자원부 박모 국장이 2017년 중부발전 등 한전의 발전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로 불러 ‘정부의 입장’이라며 퇴사를 종용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일부 발전사 사장은 불만을 표시했지만, 박 국장은 퇴사가 불가피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2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국장은 2017년 9월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로 발전 4사 사장들을 부른 후 “정부의 입장이 발전 4사 사장들 사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통보했다.
발전 4사 사장 중 일부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박 국장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발전 4사 사장 중 한 명은 “잘 알겠다. 정부 방침이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체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퇴사 절차는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실무 라인을 통해 발전 자회사 사장들에게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사유’라고 해달라고 했고, 당사자들은 실제 ‘일신상의 사유 때문’이라고 사직서를 적어 서명과 함께 제출했다. 이후 다음 날 바로 사직 인사 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발전 4사 사장 중 한 명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버티면 내 신분은 유지하겠지만, 법적 다툼에 휘말리면 회사가 정부에 찍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직원들도 생각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산업부는 발전 4사 사장들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냈다고 했다.
박 국장은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의해 추가 고발된 산업부 공무원이다. 이 의혹은 산업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하 기관장들의 사표 제출을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8일 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등 한전의 발전 자회사 4곳뿐 만 아니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기관 4곳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산업부 내 인사 및 원전 정책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검찰이 수사 대상을 급속히 넓히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날 발전 4사 압수수색을 통해 2017년 9월 당시 장재원 남동발전, 윤종근 남부발전, 정하황 서부발전, 정창길 중부발전 사장이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한 과정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9년 이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여덟 개 회사와 기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과 2018년 산업부가 부당한 압력을 가해 해당 기관 임직원들을 중도 사퇴시켰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이인호 전 차관 등은 해당 의혹으로 2019년 1월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고발 당한 상태다.
특히 산업부 산하기관 4곳의 경우 산업부가 2018년 이들 기관장에게 간접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의혹이 있다. 문재도 당시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이들 기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 외교’를 담당했던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공무원 출신이다.
자유한국당은 “산업부는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와 관련해 2018년 5월 대검에 수사 의뢰를 하며 문 사장 등 4명에게 사표를 쓰도록 압박했다”며 “임기가 남아있던 문 사장 등은 대검 수사 의뢰 일주일 이내 사표를 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