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과 R&B의 뿌리인 블루스,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주류 음악인 적이 없음에도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33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가수 김목경이 싱글 ‘약속 없는 외출’을 4월 발표한다.
지난 27일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채널넘버식스는 블루스의 대가 김목경이 자신의 미공개 곡 가운데 하나인 ‘약속 없는 외출’을 다음 달에 선보인다고 알렸다. 김목경이 작사, 작곡했음은 물론이고 편곡과 프로듀싱, 믹싱과 마스터링도 책임졌다. 누군가를 만날 약속도 없이 집을 나서 혼자 동네를 거닐다가 보게 되는 풍경, 어느덧 발길은 집으로 나를 데려오지만 외로움이 가시지 않은 마음은 여전히 누군가와의 약속을 기다리는 쓸쓸한 심경을 서정적 멜로디에 담았단다.
아직 들을 수 없는 노래를, 팬의 한사람으로서 4월을 손꼽고 있다. 옷은 봄과 가을에 비슷한 걸 입어도 심상은 너무나 다른데, 길어진 코로나19의 그림자 탓인지 요 며칠 추적추적 내린 비 탓인지 서걱거리는 가을로 느껴지는 봄에 딱 어울릴 것만 같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기를 눈에 담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행복이지만, 아직 눈을 감고 아기의 얼굴을 더듬을 때도 아련한 행복이 밀려오듯, 공개되지 않은 노래를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기다림 속에 제법 먼 옛일이 떠오른다. 가수 김목경의 공연을 두 번 본 일이 있다. 한 번은 블루스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표를 샀고, 한 번은 타사 후배 기자와의 약속에 갔는데 콘서트를 보러 가자 하기에 예정에도 없이 공연에 갔다가 예상에도 없던 김목경의 기타와 노래를 만났다.
처음은 1990년대 초반, 아직 20대였을 때였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될수록 화가 나고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두려울 때였다. 어둠 속에서 김목경의 기타 소리가 들렸고 뽐내지 않는 노랫소리가 퍼지는데, 웬일인지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속이 후련해질 만큼 펑펑 울었다.
두 번째는 2000년대 초중반, 아이를 얻어 한없이 기쁠 때인 동시에 퇴근 없는 생활과 육아 사이에서 한없이 지친 때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놀라움이 더욱 컸던 걸까. 재회의 반가움은 잠시, 그 기타 소리 그 읊조리는 목소리에 그만 또 하염없이 울었다. 내 마음에 청춘과 여심을 되돌려 주는 것만 같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감동이었다.
기자로서 가요 담당을 한 바 없어서 블루스라는 장르나 김목경 노래들의 특성을 기술적으로 멋지게 설명할 만한 지식도 재주도 없다. 그러나 왜 김목경의 블루스가 듣는 이를 울리는지는 말할 수 있다.
직접 쓴 노래 가사에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깊이가 있고, 뜨겁지 않아도 포근한 목소리가 정겹고, 우리나라보다 세계가 알아주는 기타리스트다운 명품연주가 일품인 것도 한몫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김목경이 노래를 들려주는 그 모든 순간에 담는 음악인으로서의 진중한 태도와 진심이 우리를 울린다. ‘괜찮아, 괜찮아’ ‘아프더라도 사랑해’ ‘힘들어도 살아봐’ ‘괜찮아, 괜찮아’ 토닥인다, 그 위로가 전해져 눈물이 솟고 울고 나면 마음에 평화가 온다.
힘들 때면 종종 김목경의 노래를 듣고 세월을 버텼다. 그러면서도 그 감사함을 표한 적이 없다는 죄송함이, 이번에 신곡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밀려왔다. 그의 진가를 칭송하고 아껴주는 세상이 있음을 안다. 그래도, 이렇게 서툰 신곡 발표 예고 기사로라도 전하고 싶었다. 고된 인생 살아가는 데 김목경의 블루스가 힘이 되었다고, 그래서 당신의 노래는 진정한 블루스라고.
블루스를 ‘호’처럼 부르고 싶은 블루스 김목경은 가객 김광석이 불러 널리 알려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원 가창자이자 작사, 작곡가다. 지난 2003년 블루스의 성지인 미국 멤피스에서 열리는 ‘빌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 아시아인 최초로 초청받아 3일 내내 기타리스트로서 공연했고, 음악 거장들에게만 헌정한다는 미국 펜더사의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