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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멜론’보다 ‘빌보드’가 쉬운 시대…빅뱅, 멜론 차트 1위의 의미


입력 2022.04.09 07:37 수정 2022.04.09 07: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4년 만에 신곡 '봄여름가을겨울'로 차트 장기집권 시동

“빌보드 차트 1위가 멜론 차트 1위보다 더 쉬워진 것 같아요.”


ⓒYG엔터테인먼트

국내 대중음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떠돌던 말이 현실이 됐다. 물론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등 케이팝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반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상위권에선 남자 아이돌의 이름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그룹 빅뱅은 4년 만에 내놓은 신곡 ‘봄여름가을겨울’로 국내 음원차트를 싹쓸이했다. 지난 5일 0시 공개된 이후 불과 반나절여 만에 멜론 일간 차트 1위에 올라섰다. 나흘째인 9일 0시 기준, 여전히 정상을 지키고 있다. 또 멜론 이용자수 분석에서 24시간만에 90만을 넘었다. 네티즌 분석에 따르면 노래 발매 직후 24시간 이용자수 90만을 넘는 것은 2년 만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글로벌 순위도 올랐다.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송 차트 또한 이틀 연속 점령했고, 발매 첫날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 115위로 진입한 이 노래는 지난 6일 하루 만에 무려 94계단이 오른 21위에 안착했다. 유튜브에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제외하고 24시간 조회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엄청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앞서 빅뱅은 활동 시기에 늘 정상에 오르며 음원차트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빅뱅이 연도별로 주간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횟수는 2015년에 7번으로 가장 많았고,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3번으로 조사됐다. 주간차트에서 1위에 올려놓은 곡은 총 10곡이다. 심지어 2015년엔 월간차트 1위에 4달 연속 오르는 등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과거 성적을 보면 빅뱅의 이번 1위가 당연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겼을 빅뱅의 멜론 1위에 새삼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그만큼 멜론 차트의 상위권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차트 집계 방식이 바뀐 이후 남자 아이돌 그룹이 멜론 차트에서 연일 1위에 오른 건 방탄소년단 이후 빅뱅이 유일하다.


소위 ‘4세대’로 불리는 남자 아이돌 그룹들의 경우 해외 아이튠즈 차트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록해도,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엔 국내에서 인기를 끈 가수들이 일본 등 아시아권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고 국내에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빅뱅의 음원이 멜론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장기집권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건, 팬덤뿐 아니라 대중이 동시에 집중적으로 음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기존 발매 초반 나타나는 강한 소비 현상이 2~3주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팬덤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음원을 소비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빅뱅을 보는 시선이 마냥 고운 것만은 아니다. 강남 버닝썬 사태로 물의를 빚은 승리, 총 4차례에 걸친 대마초 흡연을 인정하고 지난 2017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탑 등 그룹 내에 두 명의 멤버가 범죄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승리는 2019년 팀에서 탈퇴했고, 탑은 이번 ‘봄여름가을겨울’에는 참여했지만 YG와 계약이 종료되면서 사실상 빅뱅 활동도 마지막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지드래곤과 대성 등도 잦은 구설에 휩싸여왔다.


선배 그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지적은 피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뱅은 ‘봄여름가을겨울’로 낸 성적을 통해 특정 팬덤을 넘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그룹이라는 점을 다시 증명해냈다. 이는 그간 빅뱅이 보여준 음악적 성과를 기반으로 하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후배 아이돌 그룹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빅뱅은 싫어도 빅뱅 음악은 듣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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