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들 헌신 절실히 필요"
구체적으로 특정인 지목은 못해
대안부재 속 '경선 불가피' 주장도
우상호 "지금 있는 분들 상처받아"
더불어민주당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이 회동을 갖고 현재 서울시장 후보 공모에 신청한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 등 6인 외에 '더 풍부한 후보군'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지목하지는 않아 논의가 겉도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현재 공모 신청 후보들만으로 경선을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놓고 경선과 전략공천 사이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 20여 명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지방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뒤 "지금까지 여섯 명이 서울시장 후보 공모에 신청했다. 모든 분들이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대선 패배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풍부한 후보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서울특별시당 49개 지역위원장 일동' 명의의 입장문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성장해온 정치지도자에게 위기에 처한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비대위와 공관위는 가장 경쟁력있는 서울시장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기존의 낡은 관행과 정치문법을 과감하게 혁신해달라"고 요구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6명이 서울시장 후보 공모에 신청해 이제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서울 지역 의원들이 '더욱 풍부한 후보군'을 언급한 것은 이들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꺾을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성장한 정치지도자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요구한 것은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대권주자급 인사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결단을 하면 비대위와 공관위가 전략공천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정치문법'을 혁신해달라는 의미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16년 총선 때도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 초반 압도적인 여론조사 열세를 뚫고 오세훈 시장을 꺾지 않았느냐"며 "정 전 총리 정도 되는 거물이 나와야 지금의 열세를 뒤엎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인의 차출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은 아니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인사들도 '결단'에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보니 마땅한 대안도 없는데 계속해서 다른 후보를 찾는 모습이 자칫 현재 공모에 신청한 후보군의 본선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갑의 4선 중진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외부 인사 전략공천은) 이미 다 끝난 이야기"라며 "4월말까지는 후보를 정해야 하는데 20일밖에 안 남았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우상호 의원은 "만약 송영길 대표도 동의할만한 필승 카드가 외부에서 생긴다면 전략공천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도부가 특별한 것을 준비한 것 같지가 않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지금 있는 분들이 더 상처받기 전에 경선을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송영길 전 대표도 전날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해야할 시간도 촉박한데, 경선으로 공약을 홍보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꿀단지를 찾아다니는 어리석은 행동으로는 국민의 감동을 얻어낼 수 없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공식 공모 절차를 거쳐 (신청이) 마감됐으니 경선하면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