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법·행정 경찰 분리 국가 없어…경찰위 실질화는 논의 가치 있어”
법조계, 권력남용 방지 위해 경찰 조직 분리돼야…검수완박 이후 인력 대폭 증원돼 더욱 필요
"행정경찰, 행안부 장관 지휘하고 수사경찰은 독립조직으로 만들어야"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명확한 구분도 필요…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이후 윤석열 정부의 '공룡 경찰' 통제 방안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사법 경찰과 행정 경찰 분리 문제도 공론화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사법·행정 경찰의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경찰은, 광의로 사법경찰에 대응하는 행정상의 경찰작용이고 협의로는 행정상의 경찰작용 가운데 위생·교통·경제 등 행정 각 부문에 부수하여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권력 작용을 말한다. 사법경찰은 사후진압적 활동으로 수사경찰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수사경찰이란 범죄사건이 발생한 후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검거해 범죄사실을 조사하며 증거를 발견·수집·보전하는 경찰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사법·행정경찰 분리는 조직상 분리가 아니라 기능상 분리이고 그것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이 국가수사본부 체제다. 국수본을 통해 경찰 업무를 독립적·중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된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법·행정경찰을 정식 분리된 나라는 없고 경찰에 대한 검사의 통제장치는 지난 정부에 충분히 마련됐다”며 “다만 경찰제도개선분과위원회의 실질화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제도개선분과위원회는 행정안전부가 장관 정책자문위원회 아래에 만들어 지난 13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검찰을 통해 경찰 수사가 이뤄졌는데 최근 검수완박으로 고리가 없어져 문제가 생긴 만큼 행안부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장관의 뜻”이라고 전했다.
위원회는 교수와 변호사 등 민간인 6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으며 한창섭 행안부 차관과 부장판사 출신의 황정근 변호사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경찰청에서는 수사기획조정관이 참석했으며 안건에 따라 참석자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위원회 강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인력 및 예산 지원 방안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사법·행정 경찰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경찰의 의견에 대해 법조계의 생각은 다르다.
검수완박 이후 경찰의 권력남용이 우려되는 만큼, 조직 분리는 필수적이라고 봤다. 오히려 검수완박 후 경찰 인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조직 쪼개기와 슬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이 마련한 2023년도 예산안 편성안에 따르면 내년 경찰 인건비는 올해보다 6552억원 증가된 10조148억원으로 책정됐다.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법 통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야 한다. 행정경찰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휘하되 수사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입김이 들어갈 수 없도록 독립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분리는 민주당도 동의한 만큼 반대할 명분이 없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명확한 구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혹 수사·기소의 적절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가 있듯이 경찰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사심의위(가칭) 등을 만들어 인권보장 및 수사의 적절성을 심의해야 한다”며 “부패, 정치 권력과의 결탁 등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 내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사법·행정 경찰에 대한 조직 분리는 가능하다. 현재도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착수 시점에서 수사로 넘길 지, 행정으로 넘길 지 판단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경찰이 강도·살인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후 수사 파트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 자치경찰의 경우 제도적으로 분리하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