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하리' 8월 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마가레타 커버 겸 조안무로 활약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달 28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타하리’에서는 마타하리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말없이 춤을 추는 여인이 등장한다. 이 여인은 마타하리의 또 다른 자아 ‘마가레타’다. 대사 없이 춤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그는 마타하리의 해맑았던 어린 자아를 상징한다.
배우 박신별은 작품에서 ‘마가레타’ 커버를 맡고 있다. 사실 커버 배역은 무대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일부 회차에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고, 그 역할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마가레타 커버와 함께 조안무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뮤지컬 배우가 된 과정이 궁금해요.
전 현대무용을 전공했어요. 대학시절부터 추상적인 무용 작품보다는 명확한 소재나 이야기 전개가 있는 것들을 좋아했고요. 그래서 무용 작품 설계에 도움을 얻고자 연극과 수업도 많이 들어보고 신체 연기 수업이나 극 수업을 듣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자연스럽게 뮤지컬 무대로 오게끔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과정보단, 뮤지컬 배우가 꾸준히 일을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은 분야라는 점에서 오는 슬럼프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유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특별히 뭔가를 하기보다는, 연습에 집중하거나 이런저런 작품들을 보면서 공부하거나 하며 기본적인 패턴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데뷔작은 2018년 연극 ‘여도’라고요.
사실 그 전에 첫 뮤지컬 작품에 참여한 건 2016년이었어요. DIMF에서 창작하는 작품에 안무가로 참여했죠. 뮤지컬을 보는 것은 좋아해도 창작에 참여해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처음 일을 제안 받았을 때는 낯설기도 하고 과정이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과 고민을 지나 무대에 작품을 올리고 나니 남다른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여도’(2018)는 배우로서의 첫 작품입니다. 여러모로 보람 있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라고들 하지만, 스스로도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준을 특별히 두는 것은 아니에요. 굳이 꼽자면 아무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메이저가 춤이다 보니 춤이 주가 되거나 춤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들을 위주로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마타하리’에 출연 중이시죠.
‘마타하리’ 안무 감독님과 이전에 다른 작품을 함께 작업한 적이 있어요. 그 인연으로 ‘마타하리’ 조안무 제안을 해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후에 연습 기간 내 원활히 소통하고 연습을 병행할 수 있는 저에게 감사하게도 ‘마가레타’ 커버를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춤추는 배역으로 무대를 준비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느껴 지금의 포지션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조안무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창작하는 과정에서는 안무 감독님께서 구상하시는 장면과 동작 등을 같이 외워서 배우들과 소통하시는 데 함께 하기도 하고, 동작 등 개별적으로 연습이 필요할 때는 배우분들을 케어하기도 해요. 또 필요한 자료를 감독님과 공유하면서 창작의 과정을 조력합니다. 씬이 만들어지고 나면 장면들을 기록해놓았다가 연출팀, 안무팀, 배우 등 중간에서 소통이 필요할 때 소통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책임감도 클 것 같은데 부담은 없나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웃음). 그래도 책임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면서 잘해나가 보려는 중입니다!
-‘마가레타’ 커버로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나요?
이번 시즌에서 ‘마가레타’라는 캐릭터가 처음으로 소개되는 거라서, 이 캐릭터가 ‘마타하리’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주어진 포지션에서 충분한 서포터가 될 수 있게, 그리고 무대에 오를 때는 ‘마가레타’로 최선일 수 있게 마음을 잘 잡고 있습니다.
-커버는 무대에 오를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박신별 배우의 경우 벌써 일부 회차에서 무대에 섰던 걸로 알고 있어요.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몇 회차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겨서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연습 기간에는 조안무의 일에 더 집중되어 있어서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어요. 때문에 ‘마가레타’가 처음 소개되는 시즌인데 ‘내가 잘못해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긴장을 많이 했는지 커튼콜 때가 되어서야 객석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웃음). 처음 공연에 오르던 날은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그제야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가레타’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마타하리’의 본성과 내면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생각했어요. 이런 일들을 겪고 이런 환경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그 안에 어떤 심정이 자리하고 있을까, 그저 약하기만 했을까 등등. 이런저런 물음들을 던져봤어요. 또 ‘마타하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톤이나 호흡을 들으면서 맞춰서 움직여보기도 했고요.
-‘마가레타’가 대사 없이 몸으로 모든 감정과 상황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맞아요. 대사로 직접적인 전달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칫 무의미해 보이거나 동떨어져 보일까 봐 개인적으로는 고민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제스처들이나 끝선들의 속도감을 잘 컨트롤 하는 것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또 ‘마가레타’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 분들이 각각 움직임의 스타일이 미세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결을 잘 드러낼 수 있게끔 감독님이 구상에 신경을 많이 쓰시기도 했습니다.
-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마타하리’의 노래에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설렘과 사랑을 노래하는 ‘마타하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배우들의 노래를 많이 보고 들었어요. 그리고 표정과 드러나는 호흡에 솔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타하리’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와 이유는?
앞서 언급한 ‘예전의 그 소녀’라는 넘버를 가장 좋아해요. ‘아르망’에게서 남다른 사랑과 안식을 느끼고 설렘을 느끼며 참 아름답게 그려진 넘버거든요. 동시에 결말을 알고 나서는 무언가 되돌릴 수 없는 감정 같아서 안타깝고 슬프게도 느껴집니다.
-‘마타하리’를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한 번 보면 두 번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세 번 보고 싶은 매력 넘치는 작품.
-다음 시즌 ‘마타하리’에 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으신가요?
‘마가레타’ 온스테이지 캐스트로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서는 조안무 포지션과 겸하다 보니 배우로서 캐릭터에만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보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온전하게 ‘마가레타’가 되어보고 싶습니다(웃음).
-향후 참여하고 싶은 작품,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기회가 닿는 작품이라면 뭐든 가리고 싶지 않아요. 연이 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주어지는 작품 주어지는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게 늘 준비 하려고 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신념이 있다면?
무대서는 순간에 늘 책임감을 갖자!
-박신별 배우에게 ‘무대’란?
늘 기도하는 곳.
-박신별 배우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욕심을 조금 내보자면, 배우로서의 활동도 안무로서의 활동도 잘 병행해서 해보고 싶어요. 두 포지션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성취감이 다르기도 하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면?
무대 위 던 무대의 옆이던, 무대의 근처에서 오래 행복하게 일하기. 또 사람 ‘박신별’로도 행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