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75%→2.25% 인상
인플레이션 잡기·한미 금리역전 방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올라섰다. 이는 6%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4%에 육박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3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0.5%p 인상한 2.25%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금통위는 지난 5월 26일 참석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p 올린 바 있다. 앞서 4월에도 0.25%p 올리며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사상 ‘첫 3회 인상’ 기록을 썼다. 빅스텝 역시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사상 처음이다.
한은의 빅스텝 단행은 시장 예상치에도 부합한 결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금리 인상 예상 수준에 대해 조사한 결과 64%가 빅스텝을 예상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 및 곡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6%가 뛰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향후 1년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며, 0.6%p 상승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관련 통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에 대한 심리적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춰 상품·서비스 가격과 임금 인상에 나서 물가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져 굳어질 우려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역시 금통위의 빅스텝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연 1.5~1.75%, 1.75%였다. 만약 이날 금통위가 0.25%p 올릴 경우 연준이 빅스텝만 밟아도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따. 그러나 연준은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이 아닌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 짐에 따라 한은의 빅스텝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국내에서 유출되고, 원화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을 부추긴다. 따라서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최대한 큰 폭으로 인상하며 기준금리 역전 현상의 충격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다만 빅스텝 영향으로 이자부담이 급증하고, 소비가 위축되면 국내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기준금리를 1%p 높이면 기업들의 이자 부담 규모는 약 7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금리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티커 쇼크와 과잉대응’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만약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질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취약 차주의 디폴트는 물론 가계 부문 전반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소비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물가 고착화 방지 목적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경제 부처 간 긴밀한 정책공조와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에 주력하고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