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박씨 청탁으로 산업부-기업 모임 주선…정부서울청사 인근 카페서 모여
청와대 비서관 된 산업부 이모 실장 등 나와…"내게도 100억 달라" 박씨 요구에 투자 무산
이정근, 10억 1000만원 받은 혐의로 9월 구속…"7억 빌리고 5억 갚았다" 혐의 부인
이정근(59·구속)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 에너지 기금을 중소기업이 지원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로비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씨는 2020년 초 사업가 박모(62) 씨로부터 'A사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 에너지 기금 투자 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는 청탁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당시 산업부는 5050억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 펀드'를 만든 뒤, 이 중 340억원을 수소 분야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2020년 1월 설립된 A사는 장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한 드론 관련 액화수소 충전 기술 등을 보유했으나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사 관계자와 박 씨의 지인은 이 씨의 주선으로 2020년 3~4월 산업부 이모 실장 등 간부들과 정부서울청사 인근 카페에서 모여 기금 투자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전 실장은 이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된 인물이다. 검찰은 '이 씨가 산업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A사 측과 산업부 간부들의 만남을 성사시킨 걸로 안다'는 박씨 주변 인사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A사에 '산업부의 신재생 에너지 기금을 받게 해줄테니 현금 100억원을 달라'는 취지의 요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사는 이를 거절했고, 결과적으로 A사는 산업부의 신재생 에너지 기금 투자 공모에서 선발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는 또 2020년 초 사업가 박 씨로부터 '마스크 생산·유통 등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게 해달라'는 마스크 업체 B사의 청탁을 전달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씨는 류영진(63) 전 식약처장을 통해 박씨 측이 식약처 현직 국장과 만날 수 있게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씨는 아울러 A사 관련 청탁을 박 씨에게서 전달받을 무렵에도 자신이 소유한 경북 청송 소재 임야(林野)를 박 씨에게 팔기로 하고 선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에게 등기를 넘겼다고 한다. 이 임야는 수만평 규모로, 당시 공시지가는 4000만~5000만원으로 전해진다. 이후 박 씨와 이씨 간에는 임야 매매 선금을 ‘차용금’으로 정리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씨는 정부 지원금 배정과 공공기관 임직원 승진 등을 주선해 준다는 명목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비용 용도로 총 10억1000만원을 박 씨에게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이씨 측은 박 씨에게 받은 돈에 대해 "7억원을 빌렸고 이 중 5억원을 갚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자금에 대해서는 차용증이 작성되지 않았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3억3000만원이 이씨에게 건너간 점 등에서 불법 자금이 오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씨 측은 "수소경제 발전 차원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A사를 이씨에게 소개시켜준 것 말고는 아무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산업부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A사는 물론 이 씨와도 주고받은 돈이 10원 한 장 없다"고 했다. 이씨 측도 "박씨 측에 (산업부 공무원과) 미팅 자리를 주선하고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씨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냈다. 2016년, 2020년 국회의원 총선과 올해 3월 보궐선거 등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전부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