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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헬로스테이지] 대립하는 두 사회, 틀림 아닌 다름의 가치…연극 ‘두 교황’


입력 2022.10.12 08:27 수정 2022.10.12 08:2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0워 30일까지 한전아트센터 공연

베네딕토 16세에 신구·프란치스코에 정동환

‘신의 대리자’라는 막중한 무게 때문에 교황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교황의 교체는 대부분 전임 교황의 선종(선종, 가톨릭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른바 ‘종신직’이다. 그런데 2013년 실제로 현직 교황이 자진 사임했고, 이어서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면서 두 명의 교황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다.


ⓒ에이콤

작가 앤서니 매카튼(1961~)은 자진 퇴위로 바티칸을 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베르고글리오)의 실화를 중심으로 두 교황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을지 상상하면서 ‘두 교황’을 창작했다. 2019년 영국에서 연극이 초연됐고, 이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가 화제가 되며 인기를 얻었다. 현재 연극 ‘두 교황’은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아르헨티나에서 머물며 추기경 은퇴를 고민하던 베르고글리오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부름으로 로마를 찾아 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추기경 은퇴를 위해선 교황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베르고글리오는 교황에게 은퇴를 허락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가 자신의 후임 교황이 돼야 한다면서 사임을 수락하지 않는다.


극중 두 교황은 외모만큼이나 성격부터 취향, 가치관까지 정반대다. 작품은 먼저 현대 시대에 가장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개혁을 지지하는 진보적이며 개방적인 교황 프란치스코의 신학적 대립부터 상반되는 음악적 취향까지 두 교황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에이콤

교황이 주인공이고, 종교가 배경이 되지만 작품은 단순히 종교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적 색채보다는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사라져가는 신의 목소리를 찾아 헤매는 베네딕토의 처절한 모습은 종교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선 진한 울림을 전하고, 섞일 수 없을 것만 같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다름’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사실상 2인극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 연극에서 두 교황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변화와 타협에 팽팽한 입장 차를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 쉬이 좁혀지지 않던 간극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작품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드러난다. 바로 틀림이 아닌 다름의 가치다. 더구나 앞서 두 교황의 서로 다른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줬던 터라,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이 더 묵직하게 와 닿는다.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에 자진 사임한 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은 신구가 맡았다. 그는 60년 연기 내공을 살려 무게감 있는 교황을 표현했다.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정동환은 베네딕토 16세와의 갈등과 화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객석을 매료시켰다. 정동환은 명확한 표현력과 특유의 발성으로 추기경 시절부터 교황 즉위까지 흐름을 유연하게 표현한다. 10월30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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