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이철성 전 경찰청장, 징역형 집유…'윗선' 지목된 현기환 정무수석, 면소
재판부 "총선 앞두고 공무원 지위 이용…유죄"
강신명, 선고 결과 대해 "항소 절차 성실히 임할 것"
박근혜 정권 시절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에겐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윗선'으로 지목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겐 면소(사법 판단 없이 형사소송을 종결함) 판결을 내렸다. 20대 총선 당시 선거운동 개입 혐의로 이미 징역형이 확정됐다는 이유에서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를 위한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지역 정보경찰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 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문건을 만든 것으로 봤다.
이들은 2012∼2016년 청와대와 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교육감,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등을 '좌파'로 규정해 사찰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경찰 정보활동의 윗선으로 현 전 수석을 지목하고 당시 정무수석실 관계자들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순차적이고 암묵적으로 경찰 정보과 분석관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토록 하는 등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했다"며 강 전 청장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국정 운영을 보좌한다는 이유로 이뤄진 편향된 정보 활동은 사상의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특히 국민에 봉사해야 할 국가경찰조직을 정치 편향적 집단으로 전락하게 한 행위는 엄중히 처벌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혐의 중 제20대 총선 관련 부분과 그 외 정보활동에 해당하는 부분을 따로 선고했다.
강 전 청장에 대해선 "국가경찰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위법한 지시를 해 선거에 정보경찰이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한 만큼 죄책이 무겁다"며 총선 관련 혐의에 대해선 징역 1년 2개월을, 나머지 혐의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경찰청장에게는 총선 관련 혐의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혐의에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상운 전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경우 총선 관련 혐의에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머지 혐의에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박화진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과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가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채 범행한 점은 참작할 바가 있다"며 "범행으로 인한 이익은 모두 특정 정치 권력에 귀속됐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책임은 정치 권력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전 청장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항소심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