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시의회 '의견조회' 요청 받아 공문 게재
혼전순결 강요, 성소수자 부정하는 내용 담겨
서울교사노조 입장문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까지 불러일으켜…즉각 전면 폐지하라"
서울시의회가 '성관계는 부부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학생 관련 조례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교사들에게 요청한 결과, 의견을 낸 교사 대부분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전면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관내 초·중·고 교사들은 지난 27일 '서울특별시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전날까지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에는 전날까지 이 조례안에 대한 교원 20여명의 의견이 접수됐는데 교사들 대다수가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조례안"이라며 "전면 폐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된 조례안은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개인의 불변적인 생물학적 성별이다 ▲태아의 생명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보호돼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혼전순결을 강요하고 성 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들이 담겼다.
또 '아동·청소년에게 성 정체성 혼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성매개 감염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거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은 절제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등의 내용도 담겼다.
특히 '성·생명윤리책임관'이라는 직책을 만들기도 했는데 서울 학교 구성원들이 조례의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경우 관계자를 조사하고 징계를 권고하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5일 서울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로부터 의견조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공문에 이같은 조례안을 담아 게시했다. 공문은 서울 관내 초·중·고 교원들이 볼 수 있는 업무 시스템에 등록됐다.
서울시의회 측은 해당 조례안이 발의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을 뿐이라고 한다. 의회에서 의견조회를 한 그 결과를 시의원에 전달하면 의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발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서울교사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조례안은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해당 조례안을 당장 폐지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