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부정한 청탁 인지 여부 입증돼야 하는데, 김만배 진술 외에는 현재 증거 없어"
"원칙적으로는 공소 제기 후 수사 안돼…항소심도 추가 수사 어렵지만, 배임혐의 추가 기소 가능"
"'경제적공동체, 통장 같이 쓴 객관적 증거 필요…'50억 퇴직금=뇌물' 메세지 내역이라도 있어야"
"공판 검사 증대, 상대적으로 수사 검사보다 사건 숙지 덜 돼 있어 보완하라는 의미"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 원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검찰이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곽상도 부자가 경제적 공동체임을 입증하는데 무엇보다 주력할 것이라면서, 김만배 씨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승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곽 전 의원에게 적용된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곽 전 의원 공판의 항소심에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반부패수사3부 소속 검사가 추가 투입될 전망이다. 기존 3명이던 재판 검사를 더 늘리라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주문에 따른 조처다.
우선 검찰은 항소심에서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적 공동체였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여전히 곽 씨의 화천대유 입사는 곽 전 의원의 부탁으로 가능했고 퇴사 당시 나이가 30대 초반에 불과했단 점을 고려하면 이들 부자를 경제적 공동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제3자 뇌물죄로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고 1심에서 곽 전 의원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말 그대로 '부정한 청탁인지' 여부가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김만배 씨 진술 말고는 없다"며 "그렇기에 항소심에서도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증거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해내 한용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공소 제기 후 수사가 안 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건 역시 이미 기소를 했으니, 항소심에서도 추가 수사는 어렵다"며 "회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 뇌물죄와 보호법익이 다르므로 이 부분에 관하여는 추가로 기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적공동체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객관적 증거를 가져와야 항소심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으리라는 의견이 나왔다. 안 변호사는 "경제적공동체로 보려면 객관적으로 곽상도 부자가 통장을 같이 쓰고 있다거나 곽상도가 통장을 관리했다거나 하는 것이 나와야 한다.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최소한 '50억 퇴직금'이 뇌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대화라도 나눈 메세지 내역이 있어야 한다"며 "항소심에서 이같은 검찰이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 검사를 늘리겠다"는 검찰의 항소심 계획에 대해서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는 "공판 검사를 증대해 항소심에서 곽 전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와 관련된 유죄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라는 취지"라면서 "보통 수사 검사가 수사를 마친 뒤, 서류를 정리해서 공판 검사에게 준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판 검사는 수사 검사보다 사건 숙지가 제대로 덜 된 상태이기에 이를 보완하라는 것으로 의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산 이번 1심 판결의 책임은 검찰과 재판부 양측 모두에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이든 재판부든 다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검찰은 수사 및 기소를 부실하지 않게 해야 했고, 법원은 더 적극적으로 증거 조사를 하는 등 진실을 규명하려고 노력해야 했다"며 "단순히 혐의를 입증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해서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사법부를 신뢰할 수가 없게 된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심각한 부패 사안인 만큼 항소심에서는 검찰이든 법원이든 다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