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 관계 의심하는 남편, 임신 중에도 밤낮으로 폭언합니다"

남편이 끊임없이 의심하며 전 남자친구까지 거론해 괴롭다는 한 여성이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 같다며 이혼이 가능한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나섰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은밀하고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정신적 학대를 의미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20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남편의 의처증 증세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을 다뤘다.

A씨는 "결혼 생활 초기부터 남편은 끊임없이 절 의심했고, 특히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의심했다"며 "제 노트북을 살펴보다가 전 남자친구의 사진을 안 지웠냐며 화를 내기도 했으나 저장된 사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편은 A씨의 지갑과 USB까지 뒤져보고선 사진이 있다며 화를 냈고, 이에 A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봤지만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A씨 남편의 의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는 것. 이런 가운데 A씨는 친정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게 됐고 친정집에서 하루 묵게 됐으나 남편은 또다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A씨는 "남편은 제가 쓰던 방을 뒤지더니 어머니 유품인 반지를 들고와선 전 남자친구와 끼던 반지를 아직까지 보관하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욕을 했다"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남편은 제 말을 듣지도, 믿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편은 제가 임신, 출산 그리고 몸조리하는 과정 내내 전 남자친구를 계속 언급하며 괴롭혔다"며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욕설과 폭언을 수시로 하면서 아이 앞에서 물건을 부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정신과 상담을 권유한 A씨에게 남편은 매번 화만 내며 "전 남자친구 흔적을 모두 없애고 거짓말 하는 것 아니냐"는 말만 했다고.

A씨는 '가스라이팅'을 언급하며 "저와 아이가 남편의 끊임없는 괴롭힘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류현주 변호사는 민법에 있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는 조항을 언급하며 "배우자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서 혼인 생활을 지속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처증·의부증이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이혼 사유로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부부는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일방 배우자가 정신병을 앓게 되었다고 바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부부 간에 이러한 의무에 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언급한 가스라이팅에 대해 조인섭 변호사는 "감정적, 정서적인 학대"라며 "이런 경우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식으로 증거를 모아야 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류 변호사는 "가장 좋은 것은 문제 상황이 발생할 때 녹음을 하는 것"이라며 "A씨의 경우에는 아이를 키우니 요즘 많이 설치하는 홈 CCTV를 통한 증거 수집도 가능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미처 녹음을 못 했다면 바로 다음 날에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전화 통화 등을 해서 증거를 사후적으로라도 남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A씨 남편의 증세와 관련해 류 변호사는 "정신병 증세를 이혼 사유로 주장을 해야 되는데, 남편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자체가 없다면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매우 곤란하다"며 "이런 경우에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배우자에 대한 정신 감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A씨 남편이 이를 거부한다면 재판부에서도 상대방이 좀 이상하다 하는 것을 알게 되실 것이고 A씨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것 같다"고도 했다.

아울러 류 변호사는 "A씨 남편은 지금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데 여기에 이혼 소장까지 받게 되시면 더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접근 신청을 같이 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