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통위원장,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조작 관여 혐의 기소…재승인 기준점수 넘자 '당혹'
방통위 간부, 결과 바꿀 방법 논의…"자고 있던 심사위원 깨워 점수 고치자" 방안도 나와
언론취재 시작되자 은폐 및 허위문구 작성 지시…"심사위원장 점수 주나" 점수조작 알면서 승인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추천 단체에 '편향성 민언련' 최초 포함, 직권남용 정황…한상혁, 혐의 전면 부인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 2020년 당시 TV조선이 기준점수를 넘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방통위 간부들이 점수를 조작했고, 이런 사실에 대해 언론이 취재를 시작하자 한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은폐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검찰 공소장에 포함됐다.
지난 15일 서울북부지검이 국회에 제출한 한 위원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TV조선이 점수 집계 결과 654.63점을 받으며 과락 없이 재승인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 "욕을 좀 먹겠네"라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의 말에 방통위 소속 양모(59·구속기소) 전 방송정책국장, 차모(53·구속기소) 전 운영지원과장은 당시 심사위원장 윤모(63·구속기소)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불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상의했다.
양 전 국장은 "예상보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TV조선이 총점 650점을 넘어 버렸고, 중점심사사항 과락도 없다"고 말해 집계 결과를 누설했다. 평가점수 집계 결과는 독립성 유지를 위해 재승인 결과 발표 전까지 심사위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게 돼 있다.
이에 윤 교수는 양 전 국장에게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했고, 심사위원들에게는 "재승인을 못 받게 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점수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고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 점수를 고치자는 방안도 나왔지만 차 전 과장이 "그럼 큰일 난다. 나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라며 만류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한 위원장은 일부 언론이 이런 사실을 취재하자 양 전 국장 등에게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 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은폐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평가점수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방통위 명의 보도 설명 자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음'이라는 허위 문구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윤 교수는 이후 심사위원 정모(불구속기소) 씨, 윤모(불구속기소) 씨를 만나 TV조선이 1점 차이로 과락을 면했던 평가항목의 점수를 낮게 고치도록 했다. 이에 두 심사위원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 점수를 수정해 총점을 105.95점에서 104.15점으로 낮췄고 결국 TV조선은 만점의 절반(105점)에 미치지 못해 과락을 받았다.
한 위원장이 윤 교수에게 점수를 수정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한 경위나 정황, 진술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윤 교수에게 평가점수 집계 결과를 알려줬는데 그 이후 점수가 수정돼 TV조선이 과락이 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자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건 아니잖아"라며 '점수 조작'을 알면서도 그대로 승인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또 공소장에는 한 위원장의 직권남용 정황도 담겼다.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추천 단체에 이전까지 편향성을 이유로 제외됐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을 최초로 포함하고, 민언련 출신인 김모 교수가 심사위원 후보군에서 탈락했으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의 재승인 유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도록 지시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봤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에 총책임이 있다고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기소 당시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