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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중고생 10% '좀비 마약' 펜타닐 경험했다는데…정말일까?


입력 2023.06.22 21:56 수정 2023.06.22 21:56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여가부, 전국 청소년 대상 유해환경 실태조사…10명 중 1명 '펜타닐 경험' 응답

펜타닐 패치 경험률 지나치게 높아…국내 마약 투약자 20만 명 규모보다 많아

설문 문항 혼동 유발했을 가능성…여가부 "다음 조사부터 문항 구체화 방침"

밝은 색상 띤 '무지개 펜타닐'.ⓒ미국 마약단속국 홈페이지 캡쳐

여성가족부가 전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학생 중 10%가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 사용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가운데, 설문 문항이 응답자들에게 혼동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중고생들이 '진통제(펜타닐 패치) 사용 경험'이란 문항 괄호 앞에 있는 '진통제'만 보고 응답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2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최근 전국 초등학교(4~6학년), 중학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7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청소년 매체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이 실태조사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2년마다 실시된다. 이번 조사에는 처음으로 환각성 약물 사용, 온라인 도박성 게임 이용 경험 문항이 추가됐다.


조사 결과 청소년의 펜타닐 패치 사용 경험은 10.4%, 환각성 물질인 '나비약' 복용 경험은 0.9%로 나타났다.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응답자의 94.9%는 구매 방법으로 '병원에서 처방받아서'라고 답했다.


펜타닐은 암 환자나 수술 환자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층이 펜타닐을 남용한 미국 영상이 퍼져 '좀비 마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고생의 펜타닐 패치 경험률이 10%가 넘는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자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나온다. 20만 명대로 추산되는 국내 마약 투약자 규모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고, 남학생보다 여학생 그리고 고등학생보다 중학생 경험률이 높다고 나온 까닭이다.


병원 처방이 94.9%라는 점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 펜타닐이 진통제로 처음 도입된 1999년부터 만 18세 미만에게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의사가 판단해 고통이 극심한 중증 환자에게는 처방이 가능한데, 이런 경우는 현재 400여 명으로 파악된다.


과거 청소년들이 펜타닐을 임의로 처방받아 유통하다 검거된 사건도 있었으나 식약처가 2019년부터 과다 처방 의사들을 모니터링한 후 처방 건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진통제(펜타닐 패치) 사용 경험'이란 설문 문항이 혼동을 유발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여가부도 중고생들이 괄호 앞에 있는 '진통제'만 보고 응답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첫 조사인 데다 국가승인통계라 결과 자체는 그대로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식약처 등 관계 기관과 이번 결과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다음 조사 때는 문항을 보다 구체화해 자세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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