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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재명 "침수대비" 외치는데 지지자들 "우리 대통령"…빛바랜 현장점검


입력 2023.06.28 01:00 수정 2023.06.28 01: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서울 관악 신사시장서 상인 간담회 개최

이재명 "경제적 지원 위한 추경 꼭 필요"

주택가 반지하 찾으며 수해 대비도 점검

유튜버·지지자 등쌀에 시민 불편 겪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일대에서 반지하 주택 수해 대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직접 전통시장 현장을 방문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론전에 나섰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신사시장에서 이 대표는 혹서기 대비 및 민주당이 제시한 35조원 규모의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신사시장에서 열린 '여름철 폭우·폭염·폭등 대책 마련을 위한 상인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여름 폭염에 대비한 서민 에너지 지원과 전통시장을 포함한 중소상공인들의 빚 문제 등 경제적 지원을 위한 추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원 배분의 합리성 측면에서도 어려운 때 지출을 늘려서 호황기에 그걸 회수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강조한 뒤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는데 정부·여당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걱정이다"이라며 정부·여당과 날을 세웠다.


또 이날 간담회의 주요 주제인 전기료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관악신사시장 회원인 최재남씨는 "전기세가 이번 달에 10만원 더 나오는 것 같다"며 "상인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오름세인 것 같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추경 통해 지원하자는 것도 에너지 부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필요하단 것"이라며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 없지 않은데 불가피하면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이나 정말 어려운 영역은 특별한 지원 필요하지 않으냐는 게 저희 생각이다. 에너지 부담 지원 위한 추경도 요구하고 있는데 열심히 싸워서 지원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현장 다닐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은 국가가 국민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국가를 걱정하는 현상을 보면 답답하다"며 "정부가 큰 예산 들이지 않고 경제 살리는 정책이 있다고 본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대대적으로 건설해 태양광 발전해서 한전이 팔면 되지 않나. 오히려 태양광, 재생에너지 수사를 한다고 겁을 주니 해외 에너지 기업들이 다 철수한다고 하지 않나. 정말 이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고객편의센터에서 열린 '폭우·폭염·폭등 민생안전 시장방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코로나19 피해 관련 대출 만기도 이날 간담회의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대를 이어 30년 동안 떡가게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지연희 관악신사시장 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대출을 엄청 많이 받았고, 올해부터 갚아야 되는데 반지하에 사람이 다 이사를 해서 인원이 줄었고, 그러다 보니 장사가 안 된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에 떡도 2000원 하던 걸 2500원, 3000원으로 올리다 보니 장사가 또 안 된다. 서민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떡인데 가격이 인상되다 보니 그런 현안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경청한 이 대표는 "추경을 하고자 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지난 코로나 시기 대출이 많이 늘고 경기 침체로 가계 대출 부담도 엄청 늘었기 때문"이라며 "연체 문제, 대출 부담 문제는 심각해서 국민의힘도, 정부도 민주당이 제안하니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 필요한 일이고 대출 연기, 대출 원리금 일부 감면은 대선 때 모두가 공약했던 것이다. 약속했던 것인데 지금 와서 나 몰라라 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일정을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체적으로 경기 불황이 심각하고 국내 경기도 매우 나빠 민생 경제 상황이 정말 안 좋은 상황에서 또 장마가 시작되고 작년에 피해를 입었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주민들의 불안이 상당히 높은 상태"라며 "정말로 걱정되는 것은 구조적인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자감세로 인한 재정 핑계를 대면서 경제에 대해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방치하다시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대표는 지난해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었던 반지하 주택·상가 등을 민방위복을 입고 돌아보기도 했다. 해당 일정에는 박준희 관악구청장과 관악구을을 지역구로 둔 정태호 민주당 의원 등이 합류해 차수벽 설치 등 폭우와 수해 대비 상황을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관악신사시장에서 열린 '여름철 폭우·폭염·폭등 대책 마련을 위한 상인 간담회' 참석을 위해 걸어가는 동안 주위를 가득 채운 유튜버와 일부 지지자들 때문에 일부 시민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이 대표의 노력은 일부 극성 지지자들 때문에 빛을 발했다. 특히 이날 일정에는 약 20명이 넘는 유튜버가 모여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데만 노력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침수 피해가 일어났던 곳과 비슷한 반지하 세대들을 찾아다니며 관악구청장과 중요한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은 "이재명 힘내라" "이재명 파이팅"을 외치는 데 몰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번 일정 자체가 워낙 엄중했던 만큼 오히려 그들을 향해 자중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피해 대응 점검에 나선 이 대표를 멈춰 세워 악수를 나눈 뒤, 근처의 다른 지지자와 "대통령 만난 기분이죠?" "우리 마음 속에 대통령이죠"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침수 피해 점검을 위해 주택가를 찾았을 당시가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던 만큼, 주변 주민 입장에선 고성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향한 환호성을 내지를 때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은 이 대표가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마련된 '신사시장 고객편의 센터'까지 쫓아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퇴진", "후쿠시마 폐기수 방류 반대" 구호를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부 정책과 맞는 구호들이었지만, 이날 자리가 소상공인들과 취약계층의 민생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것임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방문 취지가 무색할 정도였다.


자신을 신사시장 근처에 거주한다고 소개한 남성 김모씨(40대)는 "여기도 작년에 장마 피해를 크게 입었던 곳인데 진짜 피해자들이나 반지하 주민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상황을 봐야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는 게 아닌가"라며 "좋은 뜻으로 온 것 같은데 따라온 사람들 때문에 길도 다 막혀 있고 소리도 시끄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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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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