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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종 진단 놓쳐 하반신 마비된 환자…대법 "의사, 주의의무 위반"


입력 2023.07.31 00:30 수정 2023.07.31 00:30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원고, 대학병원 허리디스크 진단에 의원급 병원 입원…전원 뒤 '하지마비'

1·2심, 원고 패소 판결…"전원 조치, 합리적 범위 벗어난 의료 행위 아니야"

대법 "영상의학과 판독 없이 MRI 자체 확인…혈종진단 못할 가능성 있어"

"전공의 조치 충분하지 않아 보여…의사 주의의무 다했다 보기 어려워"

대법원ⓒ데일리안DB

허리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발견하고도 돌려보내 다리가 마비됐다면 전공의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 씨와 가족들이 B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이달 13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4년 10월2일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B 병원을 찾았다. 전공의는 요추(허리뼈)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한 뒤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했다.


전공의는 다음 날부터 3일간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A 씨는 B 병원이 아닌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고 B 병원은 A씨를 전원 조치했다.


그런데 이틀 뒤부터 A 씨는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같은 달 6일 B 병원을 다시 찾아 척추 경막외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하지 마비로 걸을 수 없는 상태다.


척추 경막외혈종은 증상 발생 후 '골든타임' 12시간 이내에 수술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가족들은 2018년 3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전공의의 부실 진료 탓에 경막외혈종을 제때 제거하지 못해 하지 마비에 이르렀다는 취지다.


1심과 2심은 병원의 전원조치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의료 행위라고 보지 않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공의가 영상의학과 판독 없이 요추 자기공명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했다"며 "원고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기록이나 전원의뢰서에 해당 병명에 대한 기재가 전혀 없고 혈액 응고 수치를 확인하는 등 추가 검사도 하지 않은 점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또 "만약 전공의가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했으면서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했다면 추후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었으므로 옮겨가는 병원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며 "전공의는 이러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전공의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과실 여부를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원심에 돌려보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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