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 후 치료 안 받아…증세 악화한 듯
경찰, 수사 결과 '신림역 사건' 모방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은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 집단이 있다는 망상에 빠져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9일 오후 2시 분당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최원종을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9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는 사고를 낸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을 향해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원종의 무차별적인 범행으로 무고한 시민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다수의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신고 6분 만인 오후 6시 5분 최원종을 검거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분당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총 63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현장 CCTV 등에 대한 범행 시간대별 영상 분석, 최원종의 휴대전화 2대와 PC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최원종을 3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프로파일러 면담, 진료기록 분석, 주변인 조사를 통해 범행 동기와 범행 과정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최원종이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벌인 조선(33)의 영향을 받았는지 등에 관해 조사했으나, 최원종의 범행을 신림 사건의 모방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최원종은 신림역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1일 이전에도 '사시미칼', '가스총', '방검복', '칼 들고 다니면 불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신림역 사건을 다룬 기사 링크 등을 클릭해 언론 보도를 접하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은 있지만,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정황 등은 포렌식에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최원종이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봤다. 최원종은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검거 당시의 진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경찰은 최원종이 사건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범행을 결심하고, 이튿날인 지난 1일 혼자 살던 집에서 나와 본가에 합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지난 2일 집 인근 마트에서 흉기 2점을 사서 서현역으로 이동, 범행하려 했으나 실제 착수에 이르지는 못한 정황을 확인했다.
최원종은 이에 관해 "무서운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원종은 결국 그다음 날인 3일 많은 사람을 차로 들이받고, 흉기로 찌르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최원종의 범행이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일부 사전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지난 7일 최원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